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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 [다니엘 칼럼] 양의 탈을 쓴 늑대를 경계하라 :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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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다니엘 작성일18-09-26 21:20 조회9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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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 연구가)

하나의 망령이 한국을 배회하고 있다. 연금사회주의라는 망령이!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선 것은 단언컨대 국가가 생산수단을 소유하겠다는 공산주의의 아류일 뿐이다. 좌익들은 기관투자자가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시장 경제의 당연한 원리라며 애써 진실을 감추려 든다.

헤지펀드나 증권사가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돈을 맡긴 고객의 재산권을 대신 행사하는 일이기에 지극히 정당하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역시 연금 가입자의 재산권을 대신 행사한다는 측면에서 일견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악마는 늘 디테일에 숨어있다. 헤지펀드나 증권사의 운용 자산은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위탁한 것이지만, 국민연금의 운용 자산은 법으로 근로자의 소득에서 ‘강제 징수한’ 보험료가 그 원천이다. 그래서 국민연금은 사실상 정부 재정이고, 정부 재정으로 기업(생산수단)을 소유해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히 공산주의다. “주주자본주의”라는 탈을 쓴 공산주의! 양의 탈을 쓴 늑대!

헤지펀드나 증권사는 충분한 투자 수익을 거두지 못할 경우, 고객으로부터 외면 받아 망하게 된다. 그래서 이들의 주주권 행사는 ‘고객의 재산 증식’이라는 목적에 충실하여 이뤄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다르다. 기업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주주권 행사로 연금 수익성이 저하되더라도, 가입자는 연금을 해지할 수 없다. 시장의 미덕인 ‘소비자의 심판’을 국민연금은 쉬이 비켜나간다. 좋은 말로 하면 ‘방만한 경영,’ 저급한 수사를 사용하자면 ‘개X식 날 강도짓’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는다. 최고투자책임자인 기금운용본부장도 복지부 장관이 청와대의 검증을 거쳐 선임한다. 지금 국민연금의 이사장은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던 전직 국회의원이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가입자 재산 증식은 뒷전으로 하고, 대통령의 관심 영역에 쏟아 붓는 쌈짓돈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벌써부터 국민임대주택 건설에 국민연금을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온 마당이다. 좌익들은 수익성이 충분하다며 강변하지만, 수익성이 충분하다면 정부가 권력을 동원하지 않아도 민간 기업들이 앞 다퉈 하려 한다. ‘정책적 노력’은 늘 수익성이 나지 않는 부분에 집중되며, 사실 우리가 복지라 부르는 것은 대개 이런 부분에의 재정 투입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의 노후생활 자금인 국민연금은 수익성을 최우선 목표로 운영함이 마땅하다.

정부는 해외 연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논거로 삼고 있지만, 사태의 일면만을 의도적으로 강조하여 총체적 진실을 가리고 있다. 1, 2분위 소득 감소에 대한 되도 않는 변명을 늘어놓을 때처럼! 해외 연기금들은 연기금을 몇 개의 기금으로 쪼개 경쟁시키거나(스웨덴), 국내 기업에 대한 정치적 입김을 배제하기 위해 해외에만 주식을 투자하도록(노르웨이) 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관계 부처(후생노동성)의 관리 감독을 받는 일본 공적연금은 주식 직접투자가 불가하며 주식 운용, 의결권 행사 등 일체의 주주권 행사를 위탁운용사에 위임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등 여타 선진국들도 정부로부터의 기금 운용 독립성을 법에 엄격히 명시하거나, 투자 실무자에 대한 제 3자의 영향력 행사를 제도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필수 불가결한 제도라면, 선진국처럼 정치로부터 독립 가능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주주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동차보험처럼 가입만 의무화 하고, 민간 회사가 제공하는 상품을 선택하도록 할 수도 있다. 시중 4대 은행의 예금 총액을 합친 것보다 거대한 예금을 운용하고, 시중 4대 보험사의 운용 자산을 합친 것보다 거대한 보험 자산을 운용하던 일본의 우체국도 민영화를 했는데, 국민연금이라고 민영화는 못할쏘냐. 보다 궁극적으론 국가가 개인의 노후를 보장한다는 명목 하에 ‘소득 처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옳은 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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