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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 [다니엘 칼럼] 독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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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다니엘 작성일18-09-26 21:19 조회1,0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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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 연구가)

“1960년대가 도래하면 하나의 기업이 미국 산업 전체를 100% 독점하게 될 것이다.” 산업혁명기 미국의 좌익 경제학자들이 내놓은 예측이었다. 대기업은 더 큰 대기업이 되고, 영세 상공인들은 착취에 시달리는 임금 노동자로 전락한다는 마르크스 경제학의 사조를 충실히 따른 그들은 이 예측을 근거로 독과점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 결과 1890년 셔먼법에서 시작하여, 클레이튼법, 연방무역위원회법 등 일련의 반독점법이 제정되기에 이른다.

모두가 주지하다시피 그런 시대는 오지 않았다. 로널드 코스의 거래비용 이론은 왜 그런 시대가 오지 않았는지를 효과적으로 설명한다. 기본적으로 기업은 거래비용 탓에 존재한다. 휴대전화를 만드는데 필요한 100단계의 생산 과정을 100개의 기업들이 담당한다면 운송, 생산 관리, 상품 기획, 인재 채용 등 반복적인 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이 기업마다 누적되어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 그래서 기업들은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업 규모를 확대한다. 그러나 일정 수준 이상으로 기업 규모가 커지면 기업 내부의 자체 생산 비용이 증가하게 되어 더 이상 규모가 확장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기업에 생산을 맡기는 ‘외주화’가 이뤄진다.

로널드 코스가 생산 측면에서 완전 독점이 이뤄질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면,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자들은 소비자 행동 탓에 완전 독점이 이뤄질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전신이 등장하면 전화를 원하고, 전화가 등장하면 휴대전화를 원하며, 휴대전화가 등장하면 스마트폰을 원하듯, 소비자들의 욕구란 무한하여 생산자들로 하여금 혁신을 지속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게 한다. 전화 시대를 선도했던 기업 중 스마트폰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기업은 없다. 영구 혁신 동력을 갖춘 기업이 아니고서야, 완전 독점은 일시적으론 가능할지언정 지속 불가능하다. 게다가 개별 소비자마다 취향이 다르기에, 한 기업이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킨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선도 기업’은 있을지라도 ‘완전 독점 기업’은 존재하기 어렵다.

시장자유주의자들은 지속적이며 완전한 독점이 있더라도, 그것이 시장 원리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본질적인 해답도 내놓았다. 어떤 기업이 지속적이고 완전한 독점 지위를 누리고 있다면, 그것은 시장의 ‘모든 소비자’들을 ‘오랜 시간동안’ 자사의 제품으로 만족시켰다는 방증이다. 경쟁자가 없다는 것은 그들의 혁신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라는 의미다. 어떤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것과, 가격을 올리고 품질을 떨어뜨리는 ‘독점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얘기다. 사실상 과점 상태인 스마트폰 시장은 해마다 신제품이 나오고, 출시일로부터 고작 1년 밖에 지나지 않는 스마트폰의 가격이 0에 수렴할 정도로 떨어지며, 보조금까지 줘가며 기기를 사가라고 재촉할 정도로 경쟁적이다. 반면 늦은 밤 서울의 대로변에는 수 만 대의 택시가 영업 중임에도, 승객들이 빈번이 승차 거부를 당할 정도로 택시 시장은 비경쟁적이지 않은가. 이런 차이는 정부가 만드는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에는 진입 장벽이나 기존 기업에 대한 보호가 전혀 없는 반면, 택시 산업은 정부가 면허의 수를 통제하여 서비스의 공급을 제한한다.

독점 판단의 기준이 되는 시장을 획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아디다스의 경쟁자는 나이키인가. ‘여가 활동 시장’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아디다스의 유력 경쟁자는 닌텐도와 소니일 수도 있다. 소비자들은 스포츠와 실내 게임을 여가 활동 측면에서 동일 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탓이다. 컴퓨터 OS 시장을 이야기 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대단한 독점 기업이고 그러한 독점은 미국 정부와의 소송으로도 이어졌다. 하지만 모바일 부문을 포함한 OS 시장으로 범위를 조금만 넓히면, 구글과 애플이 선도 기업이며 MS의 점유율은 미미하다. 미국 정부가 MS에 대한 소송을 취하했을 때 좌익 학자들은 발끈했지만, 이제 누구도 MS의 독점을 걱정하지 않는다.

좌익 경제학자들은 ‘반독점법이 선제적으로 제정되었기에’ 완전 독점이 생기지 않은 것이라고 변명한다. 그러나 혁신과 기존 선도 기업의 붕괴 과정은 반독점법이 실질적으로 적용된 경우가 없는 1980년대 이후에 활발히 일어났다. 오히려 록펠러의 스탠다드 오일을 반독점법을 적용해 강제 분할한 이후, 석유 가격이 올랐다는 게 진실이다. 규모를 키우면 또 다시 분할 당할 것이 자명하니, 분할된 회사들이 규모를 키우지 않기 위해 서로 담합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규제는 늘 그렇듯 혁신을 막고, 소비자 효용을 줄인다. 소니가 삼성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월마트가 아마존에게 자리를 양보해서 삼성과 아마존이 대기업이 된 게 아니다. 한 자리 등수 학생들을 모두 칼로 찔러 죽이면 10등이 1등으로 올라설 테지만, 그런 학교가 좋은 학교라고 말할 순 없다. 10등은 1등을 시험으로 이겨야만 진정한 1등이다. 기업은 소비자를 포섭하는 시험에서 경쟁해야 한다. 선생을 구워삶으려는 경쟁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후일, 경제사학자 토마스 딜로렌조는 록펠러에 패배한 석유 업자들이 셔먼법이 제정되는 시점까지 상하원에 지독한 로비 활동을 벌인 사실을 사료를 통해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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