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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 [박성수 칼럼] 남행열차와 남미행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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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수 작성일18-11-08 23:38 조회1,5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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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부산일보)

베네수엘라의 혼란이 여전하다. 올해 인플레이션이 1만4000%에 육박할 것이란 게 IMF의 전망이다. 한 달 월급으로 하루치 먹거리를 못 산다. 해외로의 탈출이 봇물을 이룬다. 물자 부족으로 생활고가 만연하고,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이 1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외환위기에 직면했다.

국제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도만 해도 외환보유액 400억 달러를 보유했던 베네수엘라이다. 원유가 주요 수출 품목이어서 유가 하락으로 달러 유입이 줄면 보유 외환이 감소할 수는 있지만, 세계 10위권의 원유 수출국이기 때문에 어쨌든 자원 수출로 달러를 벌어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네수엘라는 최근은 물론이고 1980년대와 1990년대에도 빈번하게 외환위기에 직면해 왔다.

베네수엘라 외환위기는 재정 문제에서 출발했고, 재정 문제는 차베스에서 시작된다. 재정 파탄은 2000년부터 2013년 사망 때까지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펼친 ‘차비스모(차베스식 포퓰리즘)’의 유산이다. 차베스는 석유 기업들을 국유화해 분배주의 정책을 추진했다. 무상 교육, 무상 의료 등의 복지정책을 추진함과 동시에 필수품 가격을 억제했다. 물가 억제 정책은 기업 활동을 크게 위축시켰고, 결국 많은 업체가 생산 활동을 중단하기에 이르렀으며, 물자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그나마 고유가 시절에는 석유 판매 대금으로 수입을 해 부족 물자를 충당했다. 하지만 니콜라스 마두로가 집권한 후 국제 유가는 하락했고, 재정은 부족해졌다. 충분한 세수를 확보하지 못한 채 확대 재정을 유지하고자, 정부는 국채를 발행했다. 채권 공급이 증가하고 채권 가격은 하락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통상 반비례하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가며 해당국 통화가 강세를 보인다. 결국 수출경쟁력이 약화되며 수출을 통한 외환 확보가 어려워지며 외환위기에 노출되었다.

베네수엘라의 재정지출은 경직적 복지 및 가격 보조금과 관련된 것이 많다. 어떤 물건의 가격을 낮게 유지하거나 재정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은 일단 시행되면 중단이 어렵다. 나라 경제가 어려우니 내가 받는 복지를 줄여달라는 경우는 희박하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지출을 확대하고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재정지출의 핵심은 경기가 안 좋을 때 한시적으로 재정을 확대하고 경기 회복기에는 탄력적으로 재정을 거둬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 사실이 시장 주체들에게도 주지사실(common knowledge)로 작용하여, 정부가 장기적으로 증세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안정적으로 형성되어야 한다.

따라서 특정 재화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임금이나 연금을 지급하는 경직적 재정지출은 주의해야한다. 또한 베네수엘라가 원유 수출에만 기대다 화를 입은 것처럼, 특정 산업이나 업종을 중심으로 재원을 조달하는 것은 경계해야한다.

아쉽게도 최저임금은 지극히 경직적인 복지정책이다. 주 52시간 근로제는 ‘비핵화 조치’보다도 불가역적(irreversible)이다. 지속가능한 재정을 만들어 보겠다며 팔을 걷어붙이는 입법가의 노력은 외국 이야기이다.

눈물 가득한 ‘남미행 열차’가 ‘남행 열차’처럼 흥겨울 것이라 착각한 것일까? 착각은 자유겠지만, 그 대가는 누가 치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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