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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 [다니엘 칼럼] 수요·공급 곡선의 문제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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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다니엘 작성일18-11-07 02:19 조회8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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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 연구가)

수요·공급 곡선은 초과 공급과 초과 수요를 분석하는 데에 유용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림 1>과 같이 100원(50원)의 가격에서 어떤 재화의 공급량이 150개(50개), 수요량이 50개(150개)라면 이 시장은 ‘초과 공급(수요) 상태’에 있다고 한다. 이는 불균형 상태로서, 수요량과 공급량은 곡선을 따라 서로 만나는 지점까지 이동한다. ‘서로 만나는 지점’을 주류경제학에서는 균형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난 칼럼 <수요·공급 곡선의 문제점 2>에서 밝혔듯, 균형은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 그 자체다. 따라서 초과 수요나 공급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어떤 가격에서 일정 수량의 재화를 거래하고 있다면 현재로선 그 점이 균형점이다.

공급자가 어떤 재화를 150개 만들었다고 하자. 처음에 공급자는 임의로 가격을 설정한다. 이 가격이 소위 ‘소비자 권장(희망) 가격’인데, 여기선 100원이라고 하자. 만약 100원에서 수요량이 50개라면, 시장은 초과 공급 상태에 있다. 그렇다면 이때는 거래가 일어나지 않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50개의 재화가 100원에 팔릴 것이란 점은 자명하다. 따라서 현재 시장 상황은 (100원, 50개)에서 균형이 형성되고, 100개의 초과 공급이 존재하는 시장이다.

(100원, 50개)는 <그림 2>의 좌표평면상에서 점 A에 해당한다. 중요한 것은 150개라는 공급량과 100원이라는 가격은 좌표평면에 표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좌표평면에 표시할 수 있는 점은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뿐이다. 점 A에서 실제 거래가 형성된 지금, 나머지 100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공급자는 가격을 낮춰서라도, 심지어는 손실이 나는 가격에라도 100개를 판매하려 할 것이다. 단돈 얼마라도 건지는 것이 물건을 그냥 버리거나 보관해두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남은 100개 중 50개가 50원으로 가격을 낮춤으로써 팔렸다고 하자. 그러면 (50원, 50개)에서 점 B가 새로운 균형점이 된다. 남은 50개가 다시 가격을 25원으로 낮춤으로써 판매된다면, (25원, 50원)에서 점 C가 새로운 균형점이 된다. 현실 세계에서 이런 과정은 바겐세일, 재고처리, 특별 이벤트, 보조금 지원 등의 이름을 달고 이뤄진다. (단, 여기서는 추가로 공급된 재화가 없다고 가정하였다. 추가로 공급된 재화가 있다면 상황은 또 달라질 것이다.)

곡선의 이동으로 이런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가? A에서 B로, B에서 C로 균형점이 이동한 것은 정말 수요 곡선이 왼쪽으로, 공급 곡선이 오른쪽으로 점차 이동한 결과인가? 곡선도, 곡선의 이동도 없다는 것이 진실이고, 오직 점과 점의 이동만이 있었을 뿐이다.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현실 경제에서는 매초마다 균형점이 이동하기 때문에, 실제로 관찰하기는 어렵다.

수요·공급 곡선의 분석에서도 ‘점의 이동’ 개념이 존재하기는 한다. <그림 1>에서 X와 Y가 Z에서 만나는 것을 ‘점의 이동’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Y는 애초에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점이 아니므로 존재하지 않는 점이다.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점은 X다. X에서 Z로 점이 이동한다는 주장은 맞는가? 두 점의 공급량을 합치면 180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애초에 공급량이 150인 상황을 가정했다. 그런데 공급량이 어떻게 180일 수 있는가?

바로 ‘새로운 공급’을 가정했기 때문이다. 즉, 100원에 50개를 팔고, 남은 100개에 30개를 더 생산하여 60원에 모두 판매한 경우가 Z다. 하지만 이런 가상의 교점이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균형점이 될 것이란 보장은 전혀 없다. 균형점은 어디에서나 형성될 수 있다. 시장 상황은 무수한 변수로 구성되어 있으며 무수한 변수는 무수한 변화를 거치기 때문이다.

30개를 더 생산한다는 가정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이며, 130개가 60원에 모두 판매된다는 가정이 어떻게 실현된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재화의 공급과 수요가 연구자의 가정에 따라 자동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비현실적 세계관에 불과하다. 얼마든지 가정은 바뀔 수 있다. 오히려 이런 가정이 100% 실현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그 가정이 실현된 점만을 균형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잘못된 사고다. 균형점은 좌표평면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

또한 Z가 새로운 균형점이 된다고 해도, 이것은 점 X가 수요 곡선을 따라 Z로 가는 것이 아니다. “곡선을 따라 점이 이동한다”는 진술은 마치 X와 Z 사이의 어떤 점을 반드시 거쳐야만 Z로 도달할 수 있다는 인식을 주기 쉽다. 그러나 점의 이동은 그냥 점이 이동하는 것이지, 어떤 점을 반드시 지나야할 이유가 없다. 50개를 거래하다 130개를 거래하기 위해, 반드시 두 시점 사이에 80개를 먼저 거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말이 안 되는 소리다.

한편 <그림 3>은 50원의 가격에서 공급량이 50개, 수요량이 150개인 초과 수요 상황을 점의 이동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 경우 50개가 50원의 설정 가격에서 모두 판매될 것이므로 균형점은 D가 된다. 이 때 공급자는 50개의 공급량을 유지한 채 가격을 올릴 수도 있고, 50원의 가격을 유지한 채 공급량을 150개로 늘릴 수도 있다. 전자를 나타내는 점이 E, 후자를 나타내는 점이 F다. 둘 중 어느 점을 선택할지는 공급자에 달려있다.

초과 공급은 판매 시점에 드러나는 반면, 초과 수요는 판매 시점에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초과 공급은 생산된 재화가 모두 판매되지 않음으로써 그 존재와 정도를 즉각적으로 알 수 있지만, 초과 수요는 재화가 “생각보다 잘 팔린다”는 공급자의 주관적인 느낌, 또는 통계적인 기법을 활용한 추정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예컨대 위의 경우에서 수요량이 150개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 거래를 통해 드러나는 수요량은 50개뿐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공급자가 설정 가격을 높이거나 공급량을 늘린다고 해도, E 또는 F에서 거래가 형성되리란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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