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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 [다니엘 칼럼] 수요‧공급 곡선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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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다니엘 작성일18-11-04 22:32 조회1,1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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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 연구가)

수요(공급) 곡선은 가격과 그 가격에 해당하는 수요량(공급량)을 순서쌍으로 묶어 좌표평면에 나타낸 것이다. 가격이 비싸지면 수요량이 줄어든다는(공급량이 늘어난다는) 수요(공급)의 법칙에 근거하여, 수요(공급) 곡선은 우하향(우상향) 하는 형태를 가진다. 두 곡선이 만나는 지점에서 균형 가격과 균형 거래량(=균형 수요량=균형 공급량)이 결정된다. 수요(공급) 곡선을 수요량(공급량)과 구별하여 ‘수요(공급)’라고 한다. 즉, 수요(공급)는 (가격, 수요량(공급량))의 집합 개념인 셈이다.

주류경제학이 신봉하는 수요‧공급 곡선이 문제인 이유는 이 곡선이 실제 거래가 이뤄지기 전에 ‘사전적으로(ex ante)' 그려지는 ’가상의(imaginary)' 스케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수요‧공급 곡선을 나타내는 좌표평면의 수직 축은 ‘가격’이 아니라 ‘가상의 가격’이며, 수평 축 역시 ‘거래량’이 아니라 ‘가상의 거래량’이다. 수직 축의 어느 한 가격에서 수요량과 공급량이 일치한다는 주장은 결코 성립할 수 없다. 가격은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거래 그 자체’에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좌표평면 상에서 균형 가격과 균형 거래량을 표시한 ‘단 하나의 점’만이 ‘사후적인(ex post)’ ‘실제’ 가격과 거래량을 나타낼 뿐이다. 곡선의 나머지 부분은 관찰 가능하지도,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가상의 순서쌍일 뿐이라는 얘기다. <그림 1>에 묘사한 바와 같이 실제 거래가 위치한 점만이 확실한 순서쌍일 뿐, 이를 중심으로 무수히 많은 형태의 수요‧공급 곡선이 그려질 수 있다. 자유 시장에는 어떠한 선호 체계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점을 먼저 찍어두지 않고, 수요‧공급 곡선을 그린다면 어떻게 될까. 두 곡선의 교점은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점과는 전혀 다른 위치에 존재할 수 있다. 바로 여기에서 우리는 수요‧공급 곡선이 실제 경제 상황과는 유의미한 관계가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통계적으로 추정한 것은 어디까지나 ‘사전적으로’ 예측된 ‘가상의’ 그래프다.

따라서 ‘곡선의 이동’이라는 개념으로 시장 상황의 변화를 설명하고자 하는 방법론은 틀렸다. 주류경제학에서는 시장 상황의 변화를 크게 수요의 변화와 공급의 변화로 구분한 뒤,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의 이동으로 변화의 양상을 좌표평면에 표현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오직 ‘점의 이동’만이 존재할 뿐이며, 점은 어디로도 이동할 수 있다. 새로운 점은 이미 새로운 거래가 성사되고 새로운 가격이 형성된 이후의 ‘사후적인’ 점으로, ‘곡선의 교점’과 같은 것이 전혀 아니다. 재차 강조컨대 곡선은 ‘사전적이고’ ‘가상적’이다.

생산 구조를 예로 들어보자. 소비:투자 비율이 100:318인 경제에서 소비 지출 중 20이 현금 잔고로 축장되었다고 하자. 이제 1차 생산 단계의 이자율이 낮아진다. 따라서 1차 단계의 투자 지출이 이자율이 높은 고차 단계로 이전하면서 경제 전제의 이자율은 100:318일 때보다 낮아지게 될 것이다. <그림 2>는 하이에크 삼각형으로 상황 변화를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황 변화는 곡선의 이동으로는 표현할 수 없다. <그림 3>의 점 A는 소비:투자 비율이 100:318인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이 비율이 80:318로 변화한 상황은 좌표평면에서 점 B에 해당한다. 그런데 A에서 B로의 이동을 곡선의 이동으로 설명하려면, 현재재의 수요 곡선이 좌측으로, 현재재의 공급 곡선이 우측으로 평행이동 했다고 설명해야 한다. 소비 지출 감소에 따라 화폐 순소득이 감소하여 현재재의 수요는 감소할 수 있다고 하자. 그러나 투자 지출이 318로 불변인데, 공급이 증가했다고 말할 근거가 무엇인가.

생산 구조 분석이 틀리지 않았음은 자명하다. 지난 칼럼 <이자와 이윤의 구분>을 통해 개별 투자의 이윤과 손실은 같은 생산 단계 내부에서 서로 상쇄되며, 각 생산 단계와 생산 구조 전체의 실제 수익률은 온전히 시간 선호만 드러낸다는 점을 확인했다. 바로 이것이 이자율이며, 미래재(노동‧토지‧자본 서비스)를 현재재와 바꿔주는 과정에서 자본가들이 얻게 되는 ‘기다림의 대가’임을 밝혔다. 물론 개별 자본가는 현실 세계의 불확실성 탓에 이자율을 밑도는 수익률(손실)이나 웃도는 수익률(이윤)을 얻을 수 있지만 말이다.

틀린 것은 오직 시장 상황의 변화를 곡선의 이동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다. 현실 세계에선 오직 ‘점의 이동’만이 존재한다. 주류경제학의 용어를 빌리자면 균형 거래량(=균형 수요량=균형 공급량)과 균형 가격의 변화만 존재할 뿐, 수요의 변화 내지는 공급의 변화란 게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굳이 곡선의 이동을 이야기하고 싶다면, 상황 변화에 의한 점의 이동을 ‘먼저’ 이야기 한 뒤 새로운 점을 중심으로 ‘가상의’ 곡선을 그리는 게 알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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