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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 [박성수 칼럼] 산업도시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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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수 작성일18-11-02 21:52 조회9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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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13일, 한국GM은 군산공장 폐쇄 입장을 발표했다. 군산공장 직원 2천여 명과 함께, 1~2차 협력업체 종사자 1만 7백여 명의 삶이 막막해졌다. 군산시 인구의 1/6에 해당하는 정도이다. 지난 해(1.6%) 대비 실업률은 2.5% 상승하여 4.1%를 기록했다.

군산공장 폐쇄 발표 직후 정부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한국GM의 통보에 유감 표명을 했고, 대통령은 특단의 대책을 지시했다. 군산은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군산시는 고용위기지역 지정의 절차를 밟아갔다.

군산시는 현대중공업의 가동중단에 이어 또 다른 악재를 맞았다. 그러나 산업도시의 비극은 이전에도 있었다. 2009년 쌍용차 사태는 평택시를, 2014년의 조선업 불황은 거제(2018년 상반기 실업률 7.0%)와 통영시(2018년 상반기 실업률 6.2%)를 흔들었다. 세 도시 모두 지역 경제의 근간인 기업 또는 산업이 받는 충격을 완충하지 못하고 그대로 흡수하였다.

통상 도시의 존재 이유로는 집적화 경제(Agglomeration economy)가 언급된다. 유사한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이 응집함에 따라, 전체적인 산업체 생산성이 증대됨을 뜻한다. 선의의 경쟁이 가속화되고, 이해관계가 잘 맞기에 집단적 협력도 용이하다. 그렇게 유인책을 가진 기업들이 응집하면, 당연히 특정 지역에서 많은 고용이 유발되고 사회간접자본도 구성되며 인구가 몰린다.

우리나라는 국가 주도 경제개발계획의 고도 성장기를 거쳤다. 당시 경제 성장의 핵심 요인은 중화학공업 추진 정책이었고, 철강과 조선, 기계, 전자, 화학 등의 산업분야가 크게 성장했다. 다양한 산업 성장 전략에는 집적전략도 포함된다. 그 결과 특정 도시에 특정 산업이 자리를 잡고, 산업과 도시의 성장이 동시에 실현되며 여러 산업도시가 형성되었다.

산업도시의 경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중심기업과 이하의 협력업체 그리고 서비스업과 자영업자들로 구성되는데, 그 무수한 경제주체들이 동일한 경기의 흐름을 탄다. 결국 지역 중심 기업이 호황을 맞으면 산업 도시 역시 호황이지만, 중심 기업의 실적이 부진하면 곧바로 도시의 침체가 시작된다. 여기에 높은 수준의 대외의존도를 고려한다면, 대·내외적으로 산업도시가 직면하는 불확실성은 높다.

산업도시의 위험을 해결하는 대책은 다양하다. 주력기업에 공적자금을 투여하기도 하고, 해당 지역 실업자들의 생활보조비 및 구직지원정책을 마련하기도 한다. 그러나 공적자금 투입은 주력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는 경우가 번번하였고, 보조금이나 구직 정책은 고용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정책이 신중하고 정교하게 구성되지 못해, 단기적인 지원도 실제로 적절히 이루어졌는지도 의문이다.

결국 근본적 불확실성 해결을 위해서는 기존 산업의 경쟁력 제고(competitive advantage) 혹은 위험 분산을 위한 산업 다양화가 요구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감세(tax cuts)와 탈규제(deregulaton)이다. 결국 해당 기업이 혁신을 하는 것도,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는 것도 기업의 몫이다. 혹자는 감세와 규제완화가 그저 특정 대기업을 위한 편향적 주장이라 비판하지만, 무근거한 비난이다.

미국의 경우 ‘감세와 일자리에 관한 법률(The Tax Cut and Job Act: TCJA)’이 시행되어 실질적인 감세와 탈규제가 진행되었고, ‘주 및 지역구에 대한 면세 상한선(the SALT cap)’이 설정되어 증세가 아닌 효율적 세원 관리를 통한 재정확보가 실현되었다. 그 효과가 각 주 및 지역구별로 상이하지만, 공통된 것은 모든 지역구에 있어 일반적 시민들(typical taxpayer)의 지갑이 더 두터워졌다는 점이다.

특히 러스트벨트(the rust belt)라 불렸던 지역들이 크게 성장했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도시들은 기업이 경쟁력을 잃자 몰락했다. 하지만 다시금 기업들이 본토로 유입되고, 신규 투자가 확연하게 진행되며, 다시금 활기를 찾고 있다. 디트로이트와 피츠버그, 미시시피, 위스콘신 등 여러 도시가 회생하고 있다. 진실이 이러한데도 감세와 탈규제를 특권층 편향 정책이라 지적하는 것은 딱한 일이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으라는 것은 아니다. 기술개발 지원 및 기업의 경제적 자유를 보전하는 가운데 적절한 지원과 감독이 요구된다. 아쉽게도 GM사태 당시 산업은행은 적시에 과업을 수행하지 못했고, 대우조선해양의 장부는 분식 회계되었다. 최소한의 역할도 명료하게 수행하지 못하는데, 기업 경영을 좌지우지하겠다며 팔을 걷어 부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랑스러운 한국 경제사와 함께한 산업도시들이 하나 둘 빛이 바래가고 있다. 아쉽게도 소득주도성장으로 산업도시가 살아나지는 못한다. 산업도시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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