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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 [다니엘 칼럼] 디플레이션은 불황의 원인 아닌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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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다니엘 작성일18-10-30 01:14 조회1,4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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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 연구가)

가격의 하락은 크게 두 가지 경우에 나타난다. 수요가 줄거나, 공급이 느는 경우다. 전반적인 물가도 마찬가지다. 재화의 수요가 줄거나, 공급이 늘면 물가가 하락한다. 수요가 줄어들어 나타나는 디플레이션을 흔히 불황 디플레이션이라 하고, 공급이 늘어 나타나는 디플레이션은 성장 디플레이션이라고 한다. 경제 성장으로 재화 공급이 늘어 물가가 떨어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수요가 줄어 물가가 떨어지는 것이 그리 바람직한 현상은 아닐 것이다. 미래의 경제 상황이 불투명하다는 좋지 않은 기대가 수요 감소에 반영된 것이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통화적인 현상이지만, 전반적인 물가 하락(디플레이션)은 그렇지 않다. 경제 성장은 재화 공급 확대를 의미하기 때문에, 통상적인 경제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것은 (생산 구조에 유통되는) 통화량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반면 디플레이션 중 성장 디플레이션은 통화량이 일정하더라도 추세적인 경제 성장에 의해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디플레이션 중에선 불황 디플레이션만 통화적인 현상으로 봐야 한다. 즉, 불황 디플레이션의 원인은 (생산 구조에 유통되는) 통화량 감소다.

불황기에 통화량 감소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나타난다. 첫째로는 은행이 대출, 보증을 비롯한 신용 공여를 축소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발생하는 디플레이션을 ‘은행신용 디플레이션’이라고 한다. 한편, 경제 주체들이 미래를 비관하여 소비와 투자를 줄이고 현금 잔고를 늘려 생산 구조에 유통되는 통화량이 줄기도 한다. 이 때 발생하는 디플레이션은 ‘현금축적 디플레이션’이라고 한다. 결국 은행신용 디플레이션 역시 은행이 중앙은행과 다른 은행에 상환해야 할 현금을 차입자로부터 상환 받지 못할 것이란 미래 비관의 결과다. 따라서 불황 디플레이션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미래 비관’이다.

미래 비관은 왜 증가하는가. 통상적인 경제에선 갑자기 모든 경제 주체들의 비관이 폭발할 수 없다. 통상적인 경제는 추세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미래 비관이 폭발하는 데에는 크게 ‘기초 체력 약화’와 ‘경기 변동’이 이면에 있다. 기초 체력 약화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기업 규제 강화 등으로 시장에서의 투자와 고용, 생산 능력을 위축시킨 결과다.

경기 변동은 앞선 시기의 거품이 꺼지면서 과오투자가 붕괴하고 구조조정이 시작돼 불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대체로 ‘완화적 통화정책→신용 팽창→자본재 산업 과잉투자 및 소비재 산업 과소투자→소비 확대 및 투자 감소→소비재 가격 앙등 위험 및 자본재 산업 유휴화→긴축적 통화정책→신용 축소→자본재 과잉투자 붕괴→구조조정 및 실업 확대’의 경로다.

흔히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기초 체력 약화로 보곤 하지만, 이것은 틀린 설명이다. 통상적인 경제에서는 노동이 부족할 경우 임금이 올라, 기업들이 대체 생산재인 자본재를 늘리는 방식으로 생산을 늘리기 때문이다. 결국 임금은 자연 고용량을 달성하는 수준에서 결정되고, 경제 성장은 추세적으로 계속된다. 이런 시장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정부 개입이 대체 과정을 막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금 잔고를 투자로 이끌어내는 금융 시장의 기능이 미흡할 때 대체 과정이 차질을 빚게 되는데, 관치 금융이 이면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장기 침체와 불황 디플레이션은 경기 변동에 기초 체력 약화가 겹친 결과다. 플라자 합의 이후 저금리로 만들어낸 호황이 이후 금리 인상으로 붕괴한 것이 경기 변동이다. 이 때 일본은 재정과 통화를 꾸준히 대폭 확대하는데 여기에서 기초 체력 약화의 문제가 나타난다. 재정을 늘릴 경우, 자원이 공공부문에 몰려 경제의 생산성 향상이 둔화된다. 같은 연필 한 자루를 쓰더라도 동사무소 직원이 쓰는 것과 삼성전자 직원이 쓰는 것의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다르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관치 금융과 규제 관행 탓에 저축이 효율적인 투자에 집중 배분되지 못하면서 경제 성장이 이뤄지기 어려웠다. 또한 지나친 통화 완화는 한계 기업의 시장 퇴출과 구조조정, 생산재의 부문 간 이동을 가로막아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됐다. 결국 실질 경제 성장이 정체하여 미래 비관이 폭발하고, 소비 수요와 투자 수요가 모두 줄었다. 따라서 현금 잔고 축장만 크게 늘게 되었고, 불황 디플레이션을 겪게 된 것이다. 요컨대 불황 디플레이션은 경제 불황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누차 지적하다시피 현금 잔고가 늘어나는 것은 저축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케인스 경제학에서는 소득에서 소비를 제외한 부분을 저축이라 하고 이 저축이 현금 잔고와 투자로 나누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저축과 현금 잔고는 분명 그 성질이 다르다. 전자는 미래 소비를 위해 현재 소비를 포기하는 행위인 반면, 후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기인한 행위다. 따라서 생산 구조에 투자된 것만이 저축이고, 저축은 곧 투자다. 현금 잔고의 축장(hoarding)은 경제 주체들의 미래 선호가 여전히 희소한 결과이지, 저축(saving)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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