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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 [다니엘 칼럼] 정규재의 치킨토론을 기억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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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다니엘 작성일18-09-26 21:09 조회9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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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 연구가)

롯데마트가 통큰치킨을 선보였을 때의 이야기다. 통큰치킨이 영세 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을 규탄한다는 식의 좌익적 선동이 판치고 있었다. 이 문제를 다룬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정규재 당시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은 이렇게 일갈했다. “지금 자영업자들이 어려운 것은 대기업 때문이 아니라 자체적인 혁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식 세계화 하자면서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불고기 먹입시다! 누가 그 일을 할 겁니까?” 토론 상대방의 조소를 똑똑히 기억한다. “아니 치킨, 불고기에 무슨 혁신이 있습니까?”

8년이 지났다. CJ 일본 현지법인의 괄목할만한 성장세가 눈길을 끈다. 코스트코에 납품하는 비비고 왕교자와 수교자가 일본 냉동 만두 1위 브랜드를 위협하고 있다. 15년 전부터 양념을 공급해온 코스트코 자체상표의 불고기가 10년간 베스트셀러 톱3에 들고, 과일 식초니 비빔밥 키트니 하는 것들이 제법 잘 팔린다고 한다. ‘코스트코에서 성공하면 다른 유통망에서 무조건 성공한다’는 게 일본 유통업계의 경험칙이다.

2005년 미국에 진출한 파리바게트는 코리아타운을 벗어나고 있다. 올해 말 미국 내 가맹점의 숫자가 직영점의 숫자를 추월할 전망이다. 주 고객층은 동양인이 아닌 미국인이다. 좌익들은 공장제 빵 반죽을 공급받아 가맹점에서 굽기만 하는 파리바게트가 제빵 산업의 질적 저하를 야기한다며 목소리 높였다. 그러나 바로 그 시스템이 미국의 기존 제빵 기업들과 경쟁하는 데에 우위를 점하는 무기가 되고 있다. 공장제 대량생산 완제품이 주가 되는 미국 업계에서, 그 때 그 때 갓 구워 나오는 빵은 소비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동시에 점주들은 가장 만들기 까다로운 빵 반죽을 직접 만들지 않아도 되니 빵 굽기가 어렵지 않다.

좌익들은 늘 ‘시장의 포화’ 내지는 ‘자본력의 격차’ 같은 미사여구로 대기업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시장의 포화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욕구가 무한하기 때문이다. 포화란 소비자들의 높아진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인들의 변명거리일 뿐이다. 40여 년 전 라디오 수상기 따위의 제품을 만들던 한국의 전자산업이 포화 상태라고 떠들던 업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삼성전자가 반도체며, 스마트폰이며, LED TV를 만들 줄은 생각지도 못했을 테지만, 삼성전자의 설립 인가를 반대하기 위해 포화를 운운한 것은 두고두고 욕먹어도 할 말 없는 일이다.

자본력의 격차란 것도 그런 류의 허상일 뿐이다. 태초부터 대기업인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소기업으로 출발해 기존의 우량 기업들을 물리치고 대기업이 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소니와 노키아가 자본력이 부족했던 삼성을 배려한 결과가 아니다. 10센트짜리 잡화 팔던 구멍가게 월마트가 유통 공룡이 된 것도, 커피콩을 팔던 작은 가게 스타벅스가 글로벌 카페 프랜차이즈로 성장한 것도 다 자본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소비자들을 만족시킨 결과다. 중요한 것은 현재 가진 자본력이 아닌, 자본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이다.

식품 기업의 대명사 네슬레가 한 해 거둬들이는 영업이익이 13조 원 수준이다. 현대자동차의 2.5배 정도 된다. 그리고 오늘 국회에선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제도를 법제화하는 특별법이 통과됐다. 두 가지의 사실로부터 우리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 이유가 명징해진다. 그나마도 좁은 시장에서 손발 묶인 우리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비단 13척의 배로 수 백 척 함대의 일본 해군을 이긴 이순신을 방불케 한다. 엄지를 치켜세워주면서도 한 편으론 안타까운 일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8년 전 反시장의 물결 속에 홀로 시장 경제를 외치던 ‘국민 경제 교사로서의 정규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참고 영상) https://youtu.be/dcQJdzPDI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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