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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 [박성수 칼럼] 졸업장의 값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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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수 작성일18-10-25 23:18 조회1,6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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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은 우울하다. 취업자 수는 2,690만 7,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00명 증가했다. 7월의 5,000명에 이어 다시 최저점을 갱신했다. 이렇게 흔들리는 노동시장에서 가장 불안한 이들은 청년들이다.

높아지길 바라는 지표는 낮아지고, 낮아지길 바라는 지표는 높아만 간다.

15∼29세 청년 취업자의 경우 지난해 동월 대비 4만 명이 감소하였다. 청년 실업률은 10.0%로, 8월 기준 1999년(10.7%) 이래 최고치이다. 청년층 체감실업률을 보여주는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도 23.0%로 0.5%포인트 상승했다.

통상 청년 실업은 인구적 요인과 경기적 요인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우선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1991~1996년생이 20대 집단에 속하게 되는 기간이 바로 2010~2020년이다. 청년 노동공급이 증가하기에 실업이 증가할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29세를 비롯한 모든 연령층에서 꾸준히 상승했는데, 이는 주로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가 확대된 데 기인한다. 경제활동참가율의 상승은 인구 증가와 마찬가지로 노동 공급을 확대시킴으로써 실업률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청년실업의 이유로 인구적 요인만을 제기한다면, 정부란 무엇인가.

문제는 경기이다. 기업은 경기가 호황이면 고용을 늘리고, 불황이면 고용을 줄인다. 신규 채용의 주된 대상은 청년들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침체’의 초입국면에 있는 점은, 한 명의 청년으로써 섭섭하다.

그런데 청년 실업 중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것은 대졸연령층(25~29세)의 실업이다. 대졸 실업의 상승폭이 두드러진다. 대학교를 졸업하면 백수가 되는 비극의 주범은 ‘학력 인플레’와 ‘일자리 양극화’이다.

대학교 진학과 관련된 ‘대학 등록률’과 일자리 양극화 관련 지표 간에는 높은 정(+)의 상관관계(correlation)가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며, OECD에 속한 국가들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관계이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우선 일자리의 양극화가 심화되자, 비교적 양질의 일자리에 취업하기 위해 노동시장에 자신을 뽐내는 ‘신호(Signal)’를 보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었다. 대학교 졸업장은 전형적인 신호수단이기에, 자연히 대학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많아지게 된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능력의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대학가는 사회가 되었고, 졸업장의 가치가 떨어졌다. 대학교 졸업자의 평균 생산성이 저하되었기에, 기업은 통상 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주고 유능한 이를 포섭하고자 한다. 이를 효율임금(Efficiency wage)이라 하는데, 제한된 여건 속에서 효율임금을 주기 위해서는 당연히 고용의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 급여가 두둑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며 그렇게 일자리의 양극화가 진행되어간다.

결국 청년실업, 엄밀히 말하자면 대졸실업의 핵심은 노동시장에서 누구나 졸업장을 가지고 있는 ‘동질성’이 심화되고, 양질의 일자리가 구조적으로 적은 것에 있다. 전자는 교육의 몫이고 후자는 경제 문제이다. 따라서 고등 교육기관의 자율성을 높여 노동력을 다변화하고,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 실현을 위한 조세 및 규제 완화를 이루어내는 것이 시급하다.

우울하게도 교육부 장관의 품격은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민주항쟁의 투혼으로 이해하기에는 위법과 탈법의 질이 낮고도 낮았다. 그럼에도 임명은 강행되었다. 경제 전망도 밝지 않다. 일자리 양극화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까지 앞길이 구만리이다. 3개월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국가 시책이 되었다.

경제적 자유가 낮아지면 사회의 소외된 이들이 고단해지는 것은 법칙이다.
졸업장은 새 시작의 이정표라고들 한다. 그 시작길이 오리무중이라면, 졸업장의 가치는 얼마나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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