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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 [박성수 칼럼] 소득불평등에 대한 상식 한 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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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수 작성일18-10-19 07:51 조회1,0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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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소득 불평등(Income inequality)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이 열풍을 일었으며, 앵거스 디턴은 소득 불평등에 대한 실증연구 ‘위대한 탈출’을 통해 2015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한 국내 출판사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수년 간 ‘불평등’이라는 키워드로 검색되는 기사의 수가 7배나 늘었다고 한다. 불평등에 관한 서적의 수도 크게 증가했다.

소득 불평등에 부정적인 어감을 가지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불평등이라는 개념에 선악의 가치판단을 내리는 것은 비실용적이며 바람직하지도 못하다. 오히려 적절한 소득불평등은 공동체에 이롭다. 불평등은 근로자들의 근로 의욕을 고취시키는 요인이고, 교육투자와 저축을 촉진시켜 건전한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지난 보수정권들이 기득권층만을 대변하여, 유독 우리나라만 불평등이 진행 및 심화되었다고 주장하지만 거짓이다. IMF나 OECD와 같은 국제기구의 통계자료들에서 공통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점은 ‘불평등의 보편화’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물론이고, 여러 신흥국에서도 소득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결국 관건은 소득 불평등 자체가 아니라, 불평등을 유발한 요인이 무엇인가에 있다. 최저임금제도, 금융제도, 실업보험제도, 비정규직 문제, 근로세제 등 소득 불평등을 유발하는 요인은 무수하다. 각국의 출산, 고령화 그리고 1인 가구 추세를 비롯한 인구적 요소도 포괄해야 한다. 다만 많은 전문가들은 ‘기술진보’와 ‘세계화’가 소득불평등을 유발하는 구조적 핵심 요인이라 지적한다.

숙련 편향적 기술진보(Skill Based Technological Change; SBTC)는 기술의 발전이 고숙련 및 고학력 노동자의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현상이다. 임금은 근본적으로 생산성에 수렴하기 때문에, 숙련 편향적 기술진보는 학력 및 숙련도에 따른 임금격차를 확대시킨다.

미국 MIT 대학의 에스모글루(D. Acemoglu)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대졸자가 증가하여 대졸자 노동공급이 증가하였음에도 고학력-저학력 근로자 간의 임금격차가 증가되었다. 에스모글루 교수는 노동공급 증가분을 상쇄할 만큼 숙련 편향적 기술진보가 이루어졌기에 가능한 일이라 밝혔다.

세계화와 소득 불평등은 여러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전통적인 국제무역이론에 따르면, 각국은 비교적 풍부한 생산요소를 집약적으로 이용하는 산업에 특화한다. 특화된 산업에 이용되는 생산요소의 가격(임금 또는 지대)은 상승하여, 생산요소별 가격차이가 확대된다. 이를 적용해보면 상대적으로 고숙련 근로자가 많은 선진국은, 고숙련 노동력을 집약적으로 이용하는 첨단 및 서비스 산업에 특화한다. 고숙련 근로자들의 임금은 상승하고, 임금 격차가 확대된다.

글로벌 아웃소싱(Global outsourcing)도 고려할 수 있다. 선진국은 저숙련 산업 및 공정을 해외로 이전하고, 고숙련 공정에 특화한다. 이에 따라 고숙련 노동 수요가 증가하고, 숙련 노동자의 임금이 증가해 임금격차가 확대된다. 외주를 받는 개발도상국에 있어서도, 점차 이전되는 업무가 요구하는 숙련성이 높아지고 있어, 고숙련 노동력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전통적 무역이론이 비교우위에 방점을 둔다면, 신무역이론은 소비자의 다양성 선호와 규모의 경제에 관심을 가진다. 세계화는 국제 경쟁과 제품 다양화에 기여한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기업 및 국가로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는 과정에서 소득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세계화와 기술진보가 악의적으로 진행된 것이 아닌 것처럼, 소득 불평등도 일면에서는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이다. 갑의 무한한 탐욕이 을을 착취하는 계급론 관점은 접어두어야 한다. 그보다는 피할 수 없는 세계화와 기술진보에 대응하는 자세와 관점이 중요하다.

더군다나 근래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는 기술 분야는 더더욱 숙련 편향적인 영역이다. 가령 인공지능(AI)의 경우 고숙련 노동자들에게는 생산성과 임금을 높여주는 보완재로, 저숙련 노동자들에게는 일자리를 잃게 하는 대체재로 작용한다. 노동 공급에 있어 질적인 측면을 보강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이 긴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거꾸로 간다. 숙련 편향적 진보를 외면하고, 노동 편향적 정책에만 혈안이 된 듯하다. 소득주도성장, 포용적 성장 이야기다. 그나마 노동 공급 분야의 혁신을 꾀하겠다던 ‘혁신 성장’ 슬로건이 있었지만, 속 빈 강정이다. 포용적 성장을 주창하는 정부이지만, 소득 불평등은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어려운 이가 더 어려워지는 설상가상의 상황이다.

아쉽게도 막강한 집권여당과 청와대는 성장에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하다. 여당 대표는 성장과 경제보다는 평화를 외치고 있고, 어느 최고의원은 저성장의 우려를 ‘호들갑’이라 하였다.

섭섭한 하루가 또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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