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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 [다니엘 칼럼] 기술 혁신은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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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다니엘 작성일18-10-09 02:40 조회1,0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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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 연구가)

201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폴 로머가 선정됐다. 로머는 기술 혁신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로머 이전, 신고전파 성장 모형을 제시한 솔로우는 기술 혁신을 경제적인 요인과 독립된 과학적인 요인에 의해 ‘외생적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봤다. 반면 로머는 원가 절감․품질 개선․신제품 출시 등을 위한 연구 개발 투자로 기술 혁신이 일어난다는 점에 주목했다. 경제적인 요인에 의한 기술 혁신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그의 성장 이론은 ‘내생적 성장 이론’으로 불린다.

물론 기술 혁신은 경제 성장에 매우 중요하다. 동일한 자본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 혁신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기술 혁신을 가능케 하는 전제 조건인 ‘화폐 저축’과 ‘유형 자본’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있다. 기술 혁신을 추동하는 연구 개발 투자는 유형 자본을 만들어 내는 과정과 마찬가지로 ‘화폐 투자’다. 연구 개발을 위해서도 미래재(노동․토지․더 위 단계의 자본 서비스)가 필요하며, 미래재를 얻기 위해서는 미래재 제공자들에게 현재재(화폐)를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 지속적인 화폐 투자는 화폐 저축 없이는 불가능 하다.

여기서 슘페터의 주장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화폐 증발이 혁신가들에게 필요한 화폐 자금을 제공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고 봤다. 그러나 연구 개발 투자 역시 소비재에서 자본재에 이르기까지 ‘각 생산 단계별로’ 존재한다. 화폐 증발을 통해 연구 개발 투자를 일으킬 경우 대규모․장기 프로젝트가 집중된 자본재 산업에 막대한 투자가 이뤄질 것이다.

그러나 이 투자로부터 늘어난 화폐 소득을 얻는 노동자와 지주는 시간 선호(소비:투자 비율)가 낮아지지 않는다면, 늘어난 화폐 소득을 재투자하지 않고 소비한다. 따라서 연구 개발을 지속할 자금은 없고, 소비재 가격이 앙등한다. 결국 화폐 증발을 지속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불황이 시작된다. 부족한 자금을 화폐 증발로 계속 충당하다 보면, 시간 선호는 오히려 증가해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치달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선진 경제에서는 불확실성이 증가해 현금 잔고가 늘어, 경제에 화폐가 순환하지 않는 상황이 나타나기도 한다.)

요컨대 낮은 시간 선호라는 ‘밑받침’이 없다면 화폐 증발을 통한 연구 개발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불과하다. 아무리 물(화폐)을 들이부어도 독이 채워지지 않는다. 오직 경제 주체들의 자발적인 시간 선호 하락으로 형성된 화폐 저축으로 투자해야만, 투자가 결과물을 생산할 때까지 지속 가능하다. 유형 자본 투자든, 무형 자본 투자(연구 개발 투자)든 말이다.

또한 연구 개발 투자의 경우, 투자를 수행하는 과정에 유형 자본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선박 기술을 연구한다면, 관련된 유형 장비와 연구소가 갖춰져야 한다. 즉, 기술 혁신은 유형 자본이라는 탄탄한 토대 위에서만 실현 가능하다. 1950년대, 한국에는 오원식이라는 서울대 출신의 조선 공학 전공자가 있었다. 그가 한국에서 꿈을 펼치지 못하고 스웨덴으로 가야 했던 이유는, 그가 가진 조선 공학 지식을 한국에서 실현할 수 있는 유형 자본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투자를 통해 관련 시설이 구비되고 나서야 오원식은 뜻을 펼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유형 자본 투자 역시 오직 화폐 저축으로만 가능하다.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어떤 시점에 투자에 동원 가능한 미래재의 양은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미래재는 ‘희소하다.’ 따라서 투자가 증가할 때는 소비재 산업으로부터 미래재를 끌어 와야만 한다. 이 과정이 자발적인 저축에 의해 이뤄진다면, 소비재 산업에 투입되는 미래재의 감소가 소비 감소와 균형을 이뤄 경제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화폐 증발에 의해 이뤄진다면, 소비 수요가 그대로임에도 소비재 산업에 투입되는 미래재가 감소하여 수요 구조와 생산 구조 사이에 부조정이 발생한다는 것이 오스트리아학파의 지적이다.

솔로우는 1909-1949년 사이 미국의 성장에 미친 자본의 효과는 12.5%에 불과하고, 나머지 87.5%가 기술 혁신에 의한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12.5%의 자본이 없다면 87.5%의 기술 혁신은 불가능 하다는 점이다. 롯데월드타워에서 포디움과 지하의 층수는 전체 층수 129층 중 18층에 불과하다. 약 14%다. 그러나 포디움과 지하가 없다면, 그 위의 111층은 쌓여 올라갈 수 없었다. 자본은 111층을 떠받치는 18층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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