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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 [박성수 칼럼] 어느 거짓말과 애스모글루의 포용적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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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다니엘 작성일18-10-07 20:13 조회1,0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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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4학년)

포퓰리즘(Populism, 대중영합주의)은 정책의 입안과 집행에 있어 사회에 바람직한 방향을 추구하기보다는, 집권을 지상목표로 인기에만 호소하는 정치 행위를 말한다. 가령 내수 진작을 빌미로 한 적자예산 편성, 인위적인 명목임금 인상, 물가 통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제목의 저서로 잘 알려진 애스모글루, 에고로프와 소닌이 작성한 흥미로운 논문이 있다. 정치인의 성향이나 정치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경우, ‘좌편향 포퓰리즘 정책’이 완전베이즈균형 하에서 후보들의 최적 전략임을 밝힌 논문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수식들이 보여주는 직관은 이렇다. 통상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이 보수적으로 기득권의 이해를 대변할 가능성이 크다고 믿는다. 중도 성향의 후보들은 좌파적 선거공약을 제시하여, 자신이 우파가 아니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물론 이미 좌파 성향인 후보는 더욱 좌파적인 선거공약을 제시한다.

권력의 맛이 달콤할수록, 다시 말하면 집권 프리미엄이 클수록 정책의 좌향좌는 심해진다. 이념 스펙트럼에서 중위에 있는 투표자의 성향과 우파 정치인의 성향 차이가 클수록, 그리고 정치인들이 사실은 우편향일 확률이 높을수록 의도적인 좌편향 현상이 심해진다.

우리는. 그리고 어쩌면 애스모글루 본인도 그의 논문이 오류이길 바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포퓰리즘은 무수하다. 예를 들어, 상하수도나 전기와 같은 공공 서비스의 요금은 원가보다도 낮게 책정되어 있다. 이로 인해 관련 공공 기관의 적자와 부채가 누적되어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지만, 누구도 공공요금 인상을 선거공약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포퓰리즘 정책의 수’와 ‘용기 있는 정치인의 수’ 사이에는 반비례 관계가 성립한다. 각종 연금 개혁이 부진한 것은 명백한 사례다. “저출산·고령화가 문제”라는 이야기는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고, 국민 누구나 공유하는 문제다. 그러나 정치인들에게 연기금 고갈과 미래 세대의 천문학적 부양 부담, 재정 건전성 훼손은 먼 미래의 이야기일 뿐이다. 나라의 지속가능성을 외치는 정치인은 큰물에서 놀고 싶지 않은 어리석은 이가 되는 시대다.

우리나라에서 지금 포퓰리즘에 가장 근사한 조직은 청와대다. 근래 청와대는 “신자유주의는 소수만을 위한 ‘배제적 성장(exclusive growth)’ 담론이며, 시대적 과업은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이라고 주장했다. 시대의 과업을 논하는 청와대의 사고는 여전히 시대착오적이다.

청와대가 포용적 성장을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거론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것은 본래의 포용적 성장 담론과는 하등 상관없는 ‘미사여구’에 불과하다. 기본적으로 자유 시장은 계약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非 인격의 장(inhumane platform)’이기에, 특정 개인이 배제되는 것은 불가하다. 즉, 자유 시장을 통한 성장은 그 자체로 포용적 성장이다.

잘못된 사실관계와 왜곡된 주장으로 만들어진 ‘포용적 정책’은 착실하고 정연하게 소수자를 괴롭힌다. 임금은 생산성에 수렴하는데, 최저임금 1만 원 시대가 코앞이다. 노동생산성이 1만 원 이하인 고연령·저숙련·저학력 근로자는 노동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상실한다. 이익집단과 전문가 집단만의 ‘배제적 성장’이 현재 진행형이다.

애스모글루 교수가 강조한 ‘포용적 국가’는 소득주도성장이나 공정경제를 떠들어대는 국가가 아니다. ‘자유’와 ‘기회’ 그리고 ‘법치’의 가치가 제도적으로 실현되는 국가다.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e)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주장하는 ‘포용적 성장’은 취약한 소수자들에게 교육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여, 그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갖도록 유도하자는 것이다. 포퓰리즘이 현실 정치의 불가피한 귀결임을 백번 양보해 인정한다고 해도, 대통령과 청와대가 거짓말을 해서야 되겠는가. 국민들은 근시안적 정치인들만으로도 충분히 짜증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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