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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 [다니엘 칼럼] 저축은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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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다니엘 작성일18-10-06 11:42 조회9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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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 연구가)

주류경제학에선 측정 기간의 화폐 순소득(가처분 소득)에서 (최종) 소비 지출을 제외한 부분을 ‘저축’이라고 부른다. 이 중 생산 구조(실물 시장)에서 투자에 사용되지 않은 부분은 ‘자금 잉여’라고 하며, 자금 잉여는 금융 자산의 형태로 금융 시장에 남는다고 본다. 금융 자산에는 요구불예금, 저축성예금, 채권, 주식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 잘못된 관점이다. ‘저축’이란 현재 소비를 포기하여 미래 소비를 위한 투자에 투입하는 행위다. 그러므로 애초에 생산 구조에 투자된 화폐만이 저축이다. 자금 잉여는 ‘현금 잔고’이며, 현금 잔고는 투자를 수반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에선 현금 잔고의 중요한 형태인 요구불예금이 투자에 활용되기는 하지만, 이 경우는 정부의 은행 보호가 존재하지 않는 자유 시장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재산권 침해다. 사실 요구불예금의 대출은 신용 팽창을 통해 경기변동을 일으키는 주범 중에 하나다.)

주류경제학에선 자금 잉여가 요구불예금뿐 아니라 저축성예금, 채권, 주식 등 여타 금융자산의 형태로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자금 잉여가 현금 잔고라는 오스트리아학파의 정의는 틀린 것인가. 하지만 한 걸음 더 생각해보면, 주류경제학의 관점이 틀렸음을 알 수 있다. 저축성예금, 채권, 주식에 유입된 화폐는 생산 구조에 ‘투자’되는 화폐이기 때문이다.

저축성예금, 채권, 주식에 유입된 화폐 중 생산 구조에 투자되지 않은 화폐만이 현금 잔고다. 이 현금 잔고는 은행 금고, 기업의 은행 계좌(결국엔 은행 금고)․자체 금고에 축장될 것이다. 결국 이것은 예금자, 채권자, 주주의 현금 잔고와 마찬가지다. 정리하면 화폐 순소득에서 투자된 부분만이 저축이며, 투자되지 않은 부분은 현금 잔고다. 그러므로 (순)저축=(순)투자가 반드시 성립한다.

주류경제학의 저축 개념이 갖는 또 다른 문제는 경제 전체의 ‘화폐 순소득 대비 순저축’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노동자와 지주의 경우, 화폐 순소득(임금․지대)과 화폐 총소득이 같다. 그런데 자본가의 경우, 화폐 총소득은 자본재를 팔아 얻은 매출이지만, 화폐 순소득은 매출에서 사전에 미래재(노동․토지․자본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에 사용한 투자 지출을 뺀 ‘이자’다. 그래서 경제 전체의 ‘화폐 순소득 대비 순저축’을 분석하게 되면, 자본가들의 저축은 ‘이자 대비 순저축’만 계상되는 것이다. 만약 이자를 한 푼도 저축하지 않고 소비한다면, 측정 기간 경제 전체의 저축에서 자본가가 기여한 몫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자본가들이 이자를 한 푼도 저축하지 않는다 해도, 그들은 여전히 많은 저축을 하고 있는 것이다. 화폐 총소득에서 이자를 제외한 나머지를 다시 저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화폐 총소득에서 이자를 제한 부분을 소비에 써버리면, 생산 구조에서 이미 형성된 자본재는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더 이상 가동될 수 없다. 그 결과 소비재 생산이 줄어 경제 전체의 실질 소득은 하락한다.

자본가들은 기존의 저축 수준을 유지해주는 것만으로도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제 분석에서 중요한 것은 측정 기간의 ‘화폐 순소득 대비 순저축’이 아니라, ‘화폐 총소득 대비 총저축’이다. 화폐 총소득은 GO라는 개념으로 측정되고 있음을 지난 칼럼 <경제 성장의 추동력은 ‘총저축’이다>에서 밝혔다. 순저축은 측정 기간의 ‘저축 유량(flow)’을 말하고, 총저축은 측정 시점의 ‘저축 저량(stock)’을 말한다.

‘저축의 역설’이란 것은 그래서 존재하지 않는다. 저축은 늘 투자이며, 생산 구조를 고도화 해 소비재 생산을 늘린다. 현금 잔고의 축장은 저축이 아니다. 또한 현금 잔고의 축장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그저 생산 구조에서 벗어는 화폐일 뿐, 생산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 되는 시간 선호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현금 잔고의 지속적인 확대는 대체로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부가 계속 화폐를 풀어대는’ 경우에 발생한다. 그리고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은 통화 팽창의 궁극적인 결과로 발생한 불황이다. 이 점은 추후에 논할 일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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