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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 [홍준표 칼럼] 자멸의 길을 걷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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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준표 작성일18-10-02 20:18 조회65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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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로정렬 회원)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대한 분석이 여러 기관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에선 양국 관계를 대립 구도로 바라보는 것이 보통이지만, 중국 그 자체로만 놓고 보아도 충분히 이 패권 전쟁의 승자는 명확히 구분된다. G2라는 용어로 중국이란 국가를 미국이라는 대국과 비교 설정하는 것부터가 한국인의 특유한 소중화사상(小中華思想) 내지 사대주의(事大主義)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의 패색이 짙다. 애초부터 분수에 맞지 않는 싸움이었을지도 모른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그 핵심국으로 분류되는 파키스탄, 말레이시아에 이어 스리랑카, 미얀마 등에서 전면 취소 또는 축소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파키스탄은 최근 일대일로 프로젝트 관련 철도 사업 규모를 82억달러에서 62억달러로 20억달러(약 2조2300억원) 줄였다. 감당할 수 없는 '부채 문제' 때문이다. 중국의 '부채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파키스탄은 중국과의 대형 인프라 사업을 두고 자국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쪽으로 사업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이에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파키스탄에 대한 IMF의 구제금융 지원이 불가하다고 천명한 바 있어, 파키스탄은 반미친중 전략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중국이 현재 파키스탄에 투자한 인프라 사업 총액은 460억달러 규모의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사업을 포함해 자그마치 620억달러(70조원)에 이른다. 경제회랑 사업이란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구 사이의 약 3,000km 구간을  철도, 도로, 송유관 등으로 연결하는 사업으로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중국이 인도양을 무대로 하는 교역에 있어 파키스탄의 핵심 지역인 과다르항에 대한 운영권을 무려 40년 동안이나 확보했다는 점이 이 프로젝트의 백미다.

현재 중국은 자국의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자원 확보와 인도양으로의 진출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위해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전통 우방국인 파키스탄이 아니면 인도양으로 진출하는 경로가 막힌다. 중국은 파키스탄 옆 인도를 시작으로 남중국해를 거쳐 일본까지 완전히 봉쇄된 상황이다. 일본이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군에 의해 태평양에서의 석유 공급이 막혀 전쟁까지 불사했다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중국으로선 파키스탄과 이란으로 이어지는 경로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다만 중국이 파키스탄과의 대규모 경제회랑 사업을 통해 인도양으로 진출하는 길을 튼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이를 좌시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들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적 협력의 대상으로 바라보긴 하지만, 군사적으론 명확히 적국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동중국해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태만 봐도 그렇다. 미국이 올해 5월 태평양사령부의 명칭을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바꾼 데에도 이런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이 이들을 견제하려는 이유가 단순히 패권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누적되어 온 국제관계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은 911테러 이후 국제 사회에서 투자자들을 물색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으로 어려워졌으며, 이란은 핵 문제로 국제사회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 결국 이들은 중국을 지렛대 삼아 경제·안보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에게 이들은 역사적으로 해상무역로를 확보하기 위해 부단히 공들여온 대상이다. 중국이 앞에서 맞아주고 있으니 뒤에서 조용히 기다릴 뿐이다. 러시아 입장에선 소련에 이어 미국과의 패권경 쟁에 뛰어든 중국이 어떻게 보면 이용해 먹기 딱 좋은 혈기왕성한 동맹국 정도인 셈이다.

한편 파키스탄 외에도 중국과 사업을 진행하는 국가들은 잇따라 사업을 축소하고 나서는 상황이다. 말레이시아는 최근 550억 링깃(약 15조원)의 ECRL 건설 사업과 94억 링깃(약 2조6천억원) 규모의 송유관·천연가스관 사업을 중지했다. ECRL 건설 사업의 핵심 목적은 미군기지가 있는 싱가포르를 거치지 않고 중동 원유를 수송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는 것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사업 중 하나다.

그러나 여기에서 변수가 하나 생겼다. 올해 5월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친중 성향의 전 정권을 무너뜨리고 마하티르 총리가 집권한 것이다. 그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사업비가 부풀려졌고, 수익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전면 재검토를 공개 지시했다. 중국과의 일대일로 사업을 줄줄이 취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다급히 마하티르 총리를 극진히 우대하며 달래기에 나서는 중이다. 그러나 마하티르 총리는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을 지지한다는 표면적인 입장과는 별개로, 대형 인프라 사업들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결정을 번복하지는 않았다. 국가 부채의 문제도 있겠지만 결국 말레이시아가 국가 부채를 갚지 못하면 중국의 속국이 되어버린다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마하티르 총리는 최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중국은 가난한 국가에 큰돈을 빌려줄 때, 해당 프로젝트가 결국 그들의 것이 될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은 이처럼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따른 타격에 앞서, 부채로 인한 자멸을 길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선 현황을 중심으로 중국에 대해 서술했지만 중국의 취약함은 사실 이게 다가 아니다. 경제적 요인으로만 놓고 본다면 최근 미국이 금리를 단계적으로 인상함으로서 신흥국들의 경제위기가 본격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국가 주도형 발전의 시대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1당 독재 체제를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미국은 기축통화를 바탕으로 한 유대 자본과 금융, 그리고 최첨단 산업의 선도를 통해 패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에 반해 중국은 아직 산업화를 거쳐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민주화의 단계를 공산당이 억누르고만 있는 상황에 머물러 있는 정도다. 중국이 경제 문제 이외에도 소수민족 문제 등 더 큰 사회 문화적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더 나아가자면 평등이라는 가치를 지향하는 중국식 사회주의와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는 미국식 자본주의 사이의 대립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는 집단과 개인이란 대립구도적인 철학적 사조의 역사성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이 글이 중국을 미워하자는 취지는 절대 아니다. 다만 미중간 대립이 격화하는 시점에 어느 쪽과 동맹 노선을 돈독히 하는 것이 현명한지에 대해 바람직한 답을 내리기 위함이다. 이는 대한민국 국가 지도자의 판단력에 대한 의문 제기로 귀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국부(國父) 이승만은 모두가 친소련-사회주의 노선을 고집할 때 친미-자유시장경제로 나아가는 방향을 택했다. (물른 그는 용미론을 주장하며 실용주의적 차원에서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했을 뿐, 맹목적인 친미주의자는 아니었다.) 지정학적으로 그 당시와 상황이 같은 이상, 그 갈림길에서 이승만이 내렸던 결정은 21세기 현재에도 유효하다. 현 정부의 외교정책을 보면 어느 특정 국가에 대한 호불호로 정부의 국제 안보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것 같아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민족'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내세우고 있는 모습이 국익에 대한 판단력을 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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