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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 [다니엘 칼럼] 주식회사 제도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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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다니엘 작성일18-09-26 21:07 조회9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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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 연구가)

좌익들에게 한국 대기업의 최대 문제는 오너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회사를 지배하는 것이다. 그들은 대기업 오너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조직적인 불법과 거악(巨惡)을 저지르고 있기라도 한 양 호들갑이다. 그러나 오너들은 오직 자신이 소유한 지분만큼의 의결권을 행사한다. 그들이 적은 지분으로 회사를 지배할 수 있는 이유는 소액주주들이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악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소액주주들의 자유로운 선택이다. 그들이 주식을 보유하는 목적은 의결권 행사가 아닌 배당 수익과 양도 차익의 획득이다. 1주는 모두 같은 1주이되, 회사 지배력 확보가 목적인 대주주 오너들의 1주와 소액주주들의 1주는 다른 목적이 투영된 경제적 수단인 셈이다. 의결권 행사는 소액주주들의 주 관심사가 아니므로, 의결권 행사에서 얻는 실익이 의결권 행사에 따르는 비용보다 적다. 그들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이유다.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고 싶다면 대주주든 그 반대편이든 자신이 동의하는 쪽에 의결권 행사를 위임하면 될 일이다.

소액주주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주주총회의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대주주의 이사 선임과 의사 결정을 신뢰한다면, 즉 그것이 회사에 이익이 될 것이라 판단한다면, 소액주주들은 미래 이익을 기대하고 주식을 매입한다. 소액주주들의 주식 매입은 주가를 높이고 대주주 적대 세력이 주식을 매입하여 의결권을 확대하는 것을 저지한다. 자본 조달 비용을 낮춰 경영 활동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한다. 대주주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정 반대의 과정이 일어날 것이다. 가격을 통해 경제 주체 간 이해관계를 조화시키는 시장의 능력은 주식 시장에서도 발휘된다.

오너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회사를 경영하는 것을 ‘황제 경영’이라고 한다. 황제 경영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자주 거론되는 것은 첫째가 전문 경영이요, 둘째가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다. 그러나 전문 경영을 하더라도 전문 경영인을 임명하는 과정은 주주총회에서의 이사 선임이다. 결국 오너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큰 지배력을 행사하는 근본적인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 그것은 문제점이 아닌, ‘주식회사 제도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A→B→C→A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든, A→B→C로 이어지는 지주회사 체제든 A를 지배하여 나머지 계열사를 모두 지배한다는 근본 원리는 같다. 기업 집단의 생리 자체가 그런 것이다.

특히 지배구조에 관해서는 정말로 ‘정답이 없다’는 게 경영학계의 일반론이다. 좋은 지배구조가 따로 있는 게 아닌, 지속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이 가진 지배구조가 그 기업에 ‘좋은 지배구조’다. 기업은 이익 창출을 목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LVMH(루이비통), 일본의 도요타자동차 등 세계의 이름난 기업들도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게다가 한국에서 순환출자 구조가 확산된 데에는 80년대 정부의 지주회사 금지, 70년대 기업 공개 명령에 따른 오너의 기업 지배력 약화 등 특수한 역사적 배경이 있었음도 이해해야 한다.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 최초의 주식회사가 되었는가. 동인도회사의 확장 과정에서 부족한 투자 자금을 시민들로부터 조달하는 대신, 투자 자금과 미래 이익에 대한 청구권을 증서로 발행한 것이 주식의 기원이다. 의결권 행사는 후일에 추가된 개념이지 주식이 등장한 최초의 목적이 아니었다. 주식 발행은 거상(巨商)들의 투자로부터 비롯되는 이익을 적은 자금을 가진 소시민들도 누릴 수 있게 하는 조화로운 과정이었던 것이다.

현재의 주식회사 제도를 위협하는 것은 소유 경영이나 순환출자 구조가 아닌, 시장 기능을 틀어막는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소득을 자발적인 동의도 없이 강제 징수한다. 천문학적 규모를 갖는 연금의 운용 본부엔 정부가 정권과 친밀한 사람을 꽂아 넣고, 그렇게 구성된 운용 본부는 정권의 말을 듣지 않는 회사들을 의결권으로 통제하려 한다. 기업인들은 그런 정부에 밉보이지 않기 위해 정부와 유착하며 각종 비리를 만들어 낸다. 국가는 늘 총체적 부도덕의 집합체이면서도, 경쟁의 힘을 통해 그러한 부도덕을 스스로 규율하는 시장에 모든 죄목을 덮어씌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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