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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 코로나19와 혁신·구조조정, 이번에는 공염불이 되지 않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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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린비 작성일20-03-06 06:34 조회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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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른 경기 침체가 우려됨에 따라, 정부는 구조조정과 규제혁신의 구호를 내걸고 있다. 규제혁신이 요망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속된 잠재성장률의 하락과 기술발전으로 급변하는 국제 경제 환경의 맥락에서, 우리 기업과 산업의 구조조정은 필히 이루어져야 하는 과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선, 지방선거 그리고 대선과 같은 각종 선거철만 되면 혁신의 목소리는 궤적을 찾기 힘들어지고, 노동조합의 거대한 파업이 지속되면 지쳐버린 이해관계자들이 백기를 들어왔다. 관료제적 문화가 만연한 국내 기업 특성상, 구조조정에 따른 책임을 누가 지냐는 문책이 있어왔고, 그에 대한 내부자들의 두려움도 현재까지 잔존하고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구조조정에 착수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도 정부 자신의 팔다리를 도려내는 아픔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산업에 만연한 경직성과 비대화의 문제는 정부 산하 국책 금융기관들이 품어준 부실기업이 시장에서 청산되지 않는 좀비로 자리잡아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실 없는 기업에 자금을 대며 깨진 독에 물을 부어왔고, 좀비기업들이 득실대자 건전한 기업마저도 과당경쟁의 어려움을 겪으며 함께 어려워지고, 점차 좀비화가 되고 있다.

결국 혁신과 구조조정은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기업에게 혁신하지 않으냐며 윽박지르는 것은 또 하나의 규제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금 지원하고 있는 부실기업을 회생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경우로 이분화하고, 회생 불가능한 기업은 과감하게 청산해야 한다.

다만 관건은 무엇이 회생 가능성의 기준이 될 수 있냐는 점이다. 말하자면 정부와 피 지원 기업 간의 보다 명확한 계약을 어떻게 체결할 것이냐의 점이다.

올리버 하트 교수와 같은 이들은, 계약이론을 주창하며 부실금융기관을 지원하는 경우에는 장기 차입금을 출자전환하는 형태로 구제금융을 제공하고, 부실을 유발한 경영진은 책임을 지고 교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그는 구제금융의 성공조건은 얼마나 많은 돈을 정부가 다시 돌려받을 수 있냐는 회수금 액수가 아니라, 출자를 해준 금융기관의 지속가능성이 얼마나 보존되느냐에 두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성공적인 구조조정과 혁신을 위해서는, 자금을 제공하는 정부, 자금을 수령해 유통시키는 금융기관 그리고 지원 받는 기업 간에 지속가능성이 있는 계약이 체결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국책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구제 금융 자금을 부채, 곧 빚으로서 빌려줌으로써 피 지원 기업이 파산하더라도 회수액을 최대한 긁어모을 유인이 충분하다. 위험 회피적으로 반응하는 경제주체의 기본적인 속성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피 지원 기업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기는 구조가 불가피하며, 결국에는 돈만 먹는 좀비가 탄생한다. 오히려 정부에서는 회수액을 위해서 기업에게 불필요한 심폐소생술을 반복해, 더 많은 자금만 투입되고 해당 기업이 반관반민의 상태로 전락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여러 정부 산하 기관들은, 본래 민간 기업이었으나 부실사태 당시 공적자금을 제공받은 후, 현재까지도 민영화가 되지 않고 있는데, 정부가 주창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명제가 주요한 원인이 되었을 수 있다.

물론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기업에게 인식될 수 있도록 출자전환의 형태로 구제금융을 한다고 기업이 번쩍하고 살아날 수는 없다. 부실을 유발한 책임자와 경영진은 그렇기에 필히 교체되어야 하는 것이다. 더불어, 구제금융 출자를 한 이후에는 엄연한 기업의 이해당사자로서 구조조정에 대한 명쾌한 평가를 통해 정상화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결국 구제금융 계약 체결 간에는 구체적인 회수방안을 명시하되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자금을 조달해주고, 이해관계자로서 구조조정 과정의 평가와 검토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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