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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 유럽연합 맏형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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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수 작성일20-02-15 18:10 조회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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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드디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였다. 매체들은 앞다투어 영국경제는 브렉시트로 말미암아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럽연합으로부터의 보복을 무시할 수도 없다고 한다. 그러나 오히려 조초할 주체는 영국보다는 유럽연합일 수 있다. 특히 유럽연합의 존립을 위해 막대한 지출을 감당해오고 있는 맏형 독일의 부담은 더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문제의 대상으로 간주되고 있는 영국이 입을 충격은 사실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대응할 기간이 충분하였기 때문이다. 영국이 브레시트를 국민투표로 결정한 시점이 2016년이다. 벌써 4년이 다 된 것이다. 그동안 총리가 몇 번이 바뀌기도 하였으나, 브렉시트가 공식화되고 그에 따른 대응책이 강구되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였다. 뿐만 아니라 금년까지는 브렉시트 유예기간이기 때문에, 경제적인 파급효과를 대응할 기간은 충분하다.

물론 영국 입장에서 만사형통일 것이라 단언할 수는 없다. 특히 관건은 경제적 자유도를 비롯한 자유무역이 이전과 같이 진흥될 수 있냐는 점이다. 영국은 그간 유럽연합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오며, 호혜적인 무역의 혜택을 누려왔다. 브렉시트가 보복성 규제를 일으키는 시발점이 되고, 그로 말미암아 상계관세 등 각종 보호무역주의 장치가 작동하게 되면, 경제적인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유럽연합입장에서는 꿀밤을 크게 먹이고 싶겠으나, 그 역시 마냥 편하게 할 수는 없다. 영국과의 자유무역이 훼손되는 것은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의 자학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영국이 과감하게 브렉시트를 추진할 수 있었다. 가만두지 않겠다는 유럽연합의 엄포는 신뢰성을 가지지 못하였다. 어차피 보내야 할 영국이라면 보호주의에 따른 부가적인 손해는 보지 않는 것이 경제적인 선택이다.

다만 유럽연합 내에서 묵시적인 문제는, 영국의 공석은 비단 자리만 비는 것이 아니라 유럽연합의 잔고도 비게 된다는 점이다. 연합을 유지할 재정을 채워줄 대체국가가 없는 현 상황에서는, 결국 리더인 독일이 부가적인 재정을 부담해야 할 수 밖에 없다. 다만 독일이 그 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시쳇말로 호구잡히는 일을 벌일 리는 없다. 경제적인 여건이 가용하다고 하더라도, 근면절약이 몸에 배어있는 독일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제도적으로 독일은 균형재정원칙이 엄격하게 작동하고 있음에 따라, 국채를 발행하는 등의 재정 부담을 확대시키는 일이 여간 쉽지 않다. 그러한 상황에서 영국이 빠짐에 따른 공백을 모두 채우는 것은 단기간에 될 일이 아니다.

결국 독일이 부담한 불확실성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게 되었으며, 향후 독일이 직면한 거시경제상황의 전망은 밝지 못하게 되었다. 몇 개월 전 파생상품 투자 손실도 이러한 배경과 맞물려 있다. 독일의 거시경제의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시장금리는 하향되는 현상이 나타났으며, 그 하향폭이 예상을 넘어서게 되자 파생상품의 손실까지 발생하게 된 것이다.

결국 브렉시트로 말미암아 발생한 일련의 후폭풍을 견뎌내야 하는 주체는 영국보다는 유럽연합이며, 특히 유럽연합의 중추라고 할 독일이다. 독일의 경제 여건에 따라 유럽연합의 시장금리와 환율의 변동성이 이전보다 커질 수 있으며, 그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여파를 유심하게 살펴보며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로 잔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국의 탈퇴에도 부가적인 조치가 없어, 영국이 실리는 챙기면서도 부담질 일이 없어졌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추가적인 연합 붕괴의 균열음이 생길 수 있는 국제정치의 판도 속에서, 제 살을 얼마나 깎아야 추가적인 탈퇴가 생기지 않을 수 있을지에 대한 눈물겨운 과제도 독일 당국의 목전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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