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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 [서평] 셰일혁명과 미국없는 세계: 각자도생시대와 한미동맹의 값어치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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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수 작성일19-12-20 06:04 조회3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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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가스는 대학 1년생 시절 경제학개론 강의 때 처음 들었다. 교수님은 ‘미국 에너지부가 일본이 신청한 셰일가스 수입을 허가했다’는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기사를 소개하셨다. 당시의 강의노트를 살펴보니, ‘일본은 미국 루이지애나 주 등지에서 1,700만 톤의 셰일가스를 수입하며, 이는 일본에서 연간 소비되는 천연가스의 25%에 이르는 물량이다’는 내용이다.

당시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원전가동률을 낮추었으며, 무역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석유와 가스의 수입을 늘렸다. 그 때의 셰일가스는 잠재성은 높으나 당장의 시장성은 열등한 비싼 연료였으며, 급히 에너지를 조달하고자 마지못해 선택된 자원이었다.

지금 셰일가스의 위상은 4년 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졌다. 셰일가스는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에 비해 성장이 더디다’는 통념과 달리, 근래 미국이 높은 경제성장을 가구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셰일가스의 단위당 생산단가는 현저히 낮아져, 이제는 석유보다도 시장성이 높다. 에너지시장의 가격선도자 역할을 맡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영향력은 크게 감소하였다. 미국 양대 정유사인 엑손모빌과 쉐브론은 에너지 생산비중에 있어 셰일가스의 비중을 지속 늘리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셰일가스 경제성 제고에 따른 일련의 파급효과를 ‘셰일혁명’으로 지칭한다.

저자는 셰일가스를 확보한 미국을 ‘슈퍼메이저(Super Major)’로 정의한다. 산유국 아랍에미리트가 미국의 셰일가스를 수입하는 사실은, 한때 석유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 셰일가스가 국제정치에 큰 영향을 주고 있으며, 미국과 산유국간의 관계가 역전되었음을 보여준다.

슈퍼메이저의 등장으로 국제관계는 급변하고 있다. 지난 70년 동안 미국은 에너지 수급 안정(카터 독트린), 소련의 팽창 억제, 달러화의 국제 기축통화 구축을 위해 개방주의를 표방해왔다. 그에 따라 2차 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 선진국은 기존의 보호무역, 배타주의를 타개하고자 노력하였다. 그 결과 금융부문의 국제질서인 브레튼우즈(Bretton Woods)체제가 구현되었고, 실물무역의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체제가 형성되었다. 브레튼우즈에 기반을 하여 IMF(국제통화기금)가 설립되었고, GATT체제는 발전하여 WTO(세계무역기구)가 출범되었다. 현재까지도 미국은 IMF와 WTO 그리고 세계은행(World Bank)의 주요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다.

저자는 공교롭게도 대한민국 건국 이후 약 70여 년의 국제관계는 미국 주도의 ‘자유·개방의 호혜적 교역과 금융이 융성한 시대’와 일치하며, 한국을 이 시대의 대표적인 ‘수혜자’로 구분한다. 한국인의 근면한 국민성 및 수출중심의 정책이 언급한 시대적 배경과 맞물렸기에, 지금의 대한민국 경제가 구현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변화하였다. 미국은 셰일가스를 발판으로 에너지 자급이 가능하며, 소련은 붕괴하였다. 달러화는 보편적인 국제 교역의 매개이자 안전자산으로서 부동의 위치를 확보하였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현재와 같이 막대한 재정지출을 부담하며 세계 도처에 인력과 자원을 투자할 유인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혹자는 현재 미국이 표방하는 고립주의 및 보호주의는 ‘미국이 재정적자를 버티지 못해, 더 이상 세계경찰을 도맡을 수 없기 때문’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저자는 고립주의는 에너지 자주성이 확보되고 양질의 경제성장이 가능한 슈퍼메이저로 탈바꿈한 미국이, 다시금 국제관계의 판도를 재편한 결과임을 밝힌다.

저자는 미국이 부재한 국제관계를 군웅할거의 시대로 해석한다. 러시아가 발트 3국 및 우크라이나를 재 병합하고 폴란드를 침공할 수 있다고 예견한다. 현재 지속적 마찰을 빚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전면전에 돌입할 수 있음을 밝힌다. 그와 같은 갈등은 원유 수급에 타격을 입혀 유가가 급등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세계경제가 전복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전개한다.

과장이라 생각될 수 있지만, 저자의 주장 중 일부는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은 연이어 단독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파리기후협약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였으며, 20년 넘게 이어오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개정하였다. 또한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합병한 이후 지속적으로 우크라이나의 내정에 개입하고 있으며, 예맨전쟁은 사우디·이란·아랍에미리트가 관여된 국제 대리전쟁으로 전개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우리나라가 속한 동북아지역에 대한 예측이다. 저자는 셰일가스 확보에 따라, 현재 동북아-페르시아 만 일대를 지키는 미 해군의 규모 및 역할이 축소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동의 내부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동북아 국가들의 원유 수급 여건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동북아 4개국(한, 중, 일, 대만)간 동아시아 일대 석유자원과 해상운송로 확보를 위한 갈등의 시발점이 될 수 있으며, 저자는 그러한 일련의 갈등을 ‘유조선 전쟁’으로 정의한다.

저자는 세부적으로 일본의 대외 에너지의존도가 매우 높으며, 평화주의를 규정하는 일본 헌법 9조에 대한 확대해석 및 조항 개정 논의가 지속되기에, 유사시 일본군이 동아시아 해양에 진출하고 사할린을 점령할 수 있음을 밝힌다.

또한 저자는 중국이 일본의 석유 수입량의 2배에 달하는 물량을 해외에 의존하는 등, 전체 에너지 및 비료의 70% 상당을 수입에 의존하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중국의 북·남부를 각각 정치적 핵심과 경제적 핵심으로 구분하고, 중국 자체 생산 에너지의 대부분은 정치적 핵심인 북부로 유입되고, 정작 에너지 수요가 많은 남부는 에너지를 해외에 의존함을 밝힌다. 따라서 저자는 일본의 해양 진출에 따른 중국의 군사적 대응이 북부 정치적 계층의 결정으로 촉발되어 자원유입이 막힐 경우, 그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남부지역이 입게 되므로, 중국 내 남북갈등이 심화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저자는 이러한 동북아 역학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간자로서 한국의 입장과 태도임을 밝힌다. 이념적으로는 일제시대 형성된 한중 정서와, 냉전시대의 반공 한일정서가 현재까지 잔존하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한·중·일 3국의 협력 생산체계의 중간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이 국제사회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다. 미국 내에서도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선도국의 역할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이다. 다만 기존에는 미국이 응당 해야만 하는 것으로 판단되던 역할을 수행할 필요성이 셰일혁명을 비롯한 다양한 요인으로 줄어들고 있음은 분명하다.

저자가 미국의 부재에 따른 아노미 세계를 언급한 것에 지레 겁을 먹기보다는, 지금 형성되어 있는 미국과의 관계의 가치를 재인식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 생각한다. 미국이 상대국과의 관계에 있어 이해타산을 따지며 선택적 관계를 맺고자 한다면, 그 관계를 보다 매력적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합당하다. 지금의 한·미 관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이 미국과의 관계를 위해 노력한 과정을 반면교사 삼을 수 있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불황 및 고령화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자국 기업의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을 선택했는데, 이것이 보다 견고한 미일관계를 형성하는 기제가 되었다. 일본이 최근 지속 시행하는 아베노믹스(Abenomics)가 환율을 조작한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승인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주장은 설득력 있다.

실제로 저자는 최근 국내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대중국 경제 의존도가 낮추어질 때 비로소 견실한 한·미 관계가 가능함을 밝혔다. 저자는 최근 삼성전자가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이전한 경우를 언급하며,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을 위한 한국 기업의 대미 오프쇼어링을 제안했다. 특히 실리콘밸리 지역으로의 이전을 통한 IT기술 공조관계 형성, 셰일혁명지인 중서부 지역으로의 이전을 통한 에너지 공급망 형성을 강조했다.

경제적으로 그러하다면 안보적으로는 어떠한가. 응당 한미동맹의 소중함을 다시금 인식하는 것이 기본이라 생각한다.

1953년 한미동맹이 체결될 당시, 미국 측은 한국과의 동맹 형성을 다소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전이 아닌 휴전 협정이 체결되는 상황이었기에, 언제라도 다시금 전쟁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반공포로 석방조치를 비롯한 일련의 노력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였다. 우리는 당시 세계 최빈국이 최고의 국가와 동맹을 맺은 것은 6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매우 이례적인 경우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세월이 흘렀다고 하여, 또한 우리의 국력이 괄목하게 커졌다고 하여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조금도 상각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셰일혁명으로 인해 미국과의 소통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진 지금, 한미동맹의 중요성이 단순 군사동맹 성격을 초월함을 인식해야 한다. 최근 진행되는 주한미군 논의를 비롯한 다양한 현안에 있어서도, 한미동맹의 유지 및 강화는 우선 조건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또한 우리는 한미동맹이 적용되는 지정학적 특성을 인지하여야 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전문에 따르면 "본 조약의 당사국은 (중략) 태평양지역에 있어서 효과적인 지역적 안전보장조직이 발전할 때까지 집단적 방위를 위한 노력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명기되어 있다. 따라서 한미동맹의 적용 범위는 한국과 미국의 영토에 국한되지 않는 태평양 지역 일대로 인식하는 것이 올바르며, 비단 한·미 간의 관계뿐만이 아닌 중, 일, 대만 등 태평양 주변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한미동맹의 원칙이 기본 적용됨이 합당하다.

이 책을 통해 한·미 관계가 자연히 주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은 접어두어야 하며, 현재의 한·미 동맹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음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었다. 많은 현안에 있어 갑론을박이 오가는 과정에서도 한미동맹의 가치가 우선으로 간주되기를 바라며, 무수한 무명의 동맹 주역들께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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