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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 인구절벽론과 강남불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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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수 작성일19-11-29 08:44 조회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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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구피라미드를 사람의 신체로 비유하자면, 과거의 튼실했던 하체는 점차 부실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2050년 정도만 되어도, 전체 인구 중 40% 가량이 65세 이상의 노인층이며, 잠재적 경제활동인구인 14세 이하의 유소년의 비중은 10%도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중에서는 이러한 인구불균형을 통칭하여 인구절벽론이라는 개념이 유통된다.

4차 산업혁명이 거론되며 노동력이 숙련도에 따라 숙련 및 비숙련 노동력으로 구분이 된다고 해도, 절대적인 인구의 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정형화된 생산함수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노동은 자본과 함께 주요 생산요소로서 작용하고, 노동력의 핵심은 인구수이기 때문이다. 생산 측면뿐만 아니라 인구의 수와 구조는 어떠한 제품이 어느 규모로 소비될 것인가의 문제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이기에, 인구 구조에 따라 소비 및 산업 구조가 재편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인구구조와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거론되는 것은 부동산 시장이다. 일반인과 전문가를 막론하고, 우리 사회의 고령화로 인해 한국의 부동산 시장, 특히 강남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왔다. 인구절벽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그러한 자산시장의 침체가 장기적인 소비 부진 그리고 장기경제침체로 이어질 것이라 예측한다. 실제로 몇 년 전에는 우리나라의 주요 시중은행장들이 부동산 가격 하락을 점치기도 하였다. 다만 그러한 예측에도 불구하고 강남을 비롯한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으며 그 추세는 현재도 유효하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그리고 인구 고령화에 따른 자산시장의 붕괴가 예측되던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도,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이후의 생계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부동산을 처분하고, 이를 통해 부동산 시장이 약세를 보이며, 자산시장의 불황이 실물 경제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있었다. 다만 미국의 경제가 근 몇 년 동안 매우 건실했다는 점에서, 미국 역시 인구절벽론의 예측이 틀렸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미국보다도 인구절벽에 따른 장기침체를 예측하기가 쉽다. 우리나라의 가계는 배당을 주요한 은퇴소득으로 삼는 미국과 달리, 주식의 보유 비율은 낮고 부동산에 자산이 집중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곧, 부동산 시장의 성쇠가 자산시장의 성쇠로 이어지는 상관관계가 보다 유효한 것이다.

그러한 상관성에도 불구하고 인구절벽론이 최근의 부동산 시장 전망 예측에서 실패했던 가장 큰 요인은 다름 아닌 중앙은행의 역할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만약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실물경제 중에서도 자산시장을 고려하지 않고 집행된다면, 인구절벽론의 예측은 매우 설득력 있다. 이는 과거 미국 연준 의장인 그린스펀이 주장한 바로, 통화정책 관할 대상에 자산시장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그린스펀 독트린으로 통칭된다.

다만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미국의 연준의 통화정책의 소관 범위에 자산시장, 특히 부동산시장이 고려되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양적완화로 자금의 융단폭격을 감행하던 벤 버냉키의 폭격 지점에는 부동산 시장도 포함된 것이다. 버냉키 독트린으로 통칭되는 이러한 통화정책 하에서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집행을 위한 고려대상으로 부동산시장이 분명하게 고려된다.

그렇기에 시중에서는 ‘적어도 부동산시장에서는 호재도 호재요 악재도 호재’라는 말이 거론되는 것이다. 경기가 호황이라면 그 나름대로 물가상승률에 수렴하는 자산시장의 팽창이 가능하고, 경기가 불황이라면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를 비롯한 저금리 기조로 생성된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유입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버냉키 독트린에 대한 시장의 경제주체들의 해석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인구고령화에 따른 장기침체를 우려하는 여러 선진국이 양적완화 또는 그에 준하는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금리가 낮아지면, 비록 절대적인 부동산 투자의 수익률이 경기침체로 낮아진다고 해도, 투자의 비용인 차입금리가 지속 낮아지기에 부동산 시장의 유효수익률은 지속될 수 있다. 그렇다면 설령 인구절벽이 현재의 예측대로 진행된다고 해도, 자산시장의 버블이 꺼지거나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현 정권은 그런 점에서 부처 간 호흡과 균형이 맞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유례가 없는 일련의 조치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억제하겠다고 하나, 중앙은행은 저금리 기조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오히려 국토부의 주택공급제한조치는 장기적인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당장의 부동산 가격은 저금리의 영향으로 억제되지 못하고, 미래의 부동산 가격은 현재의 공급제한조치로 인한 신규물량 부족으로 상승할 수 있는 것이다. 강남, 서울불패론은 아직도 유효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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