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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 예산안 제안권 (헌법 57조와 제임스 뷰캐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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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준표 작성일19-11-20 15:37 조회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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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제안권 (헌법 57조와 제임스 뷰캐넌)


“국회는 동의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 위 문장은 헌법 제57조, ‘예산안 제안권’과 관련한 내용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지만 정부는 예산안을 짜고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그것을 심의한 후에 확정한다. 정부는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이고, 국회는 국민을 대리하여 그 예산안이 제대로 편성된 것인지 감시하기 위한, 삼권분립에 기초한 절차다. 쉽게 말해 정부가 예산을 개판으로 짜면 예산을 심의하는 국회가 나서서 발벗고 막아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견제와 균형을 바탕으로 한 장치가 헌법 57조에 박혀 있는 이유는 정부가 수준 낮은 민주주의를 등에 업고 포퓰리즘이라는 악마를 언제든지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회에 예산결산특별위원회라는 곳이 있다. 정부의 예산안을 심사하고 본회의에서 안건이 무리없이 통과시키도록 만드는 일종의 완충장치다. 그러나 이곳에선 여야가 따로 없을 정도로 너나할 것 없이 각종 예산을 타먹는 창구로 변질됐다. 무슨무슨 협회 운영지원 예산부터 시작해서 온갖 종류의 포퓰리즘적 퍼주기 예산이 난무한다. 여기서 추가된 복지예산만 무려 15조원이다. 내년에 갑자기 지방 어딘가에 새로운 국민연금공단 지사가 새로 지어진다면 그것은 바로 예결특위에서 누군가 쪽지로 찔렀다는 얘기이며, 갑자기 번듯한 노인 일자리 센터가 내년 어딘가에 지어진다면 누군가가 그쪽 표심을 잡고 싶었다는 얘기다. 누가 국회에 이런 권한을 주었는가? 기업에 적용될 죄목으로 치자면 횡령이자 배임이다. 내 세금을 강탈해간 국가가 다가오는 총선을 위해, 자기들의 표를 위해, ‘국민을 위함’이라는 사기성 멘트 뒤에 숨어 횡령질을 해대고 있는 것이다.

공공선택학파 창시자로 알려진 제임스 뷰캐넌은 일찍이 이러한 행태에 대해 정치인들의 본질적 습성을 꿰뚫어보며 “그들도 이기적”라는 한 마디로 짧고 강하게 비판했다. 경제 위기의 원인은 케인즈류의 방만한 정부의 통화정책이니 뭐니 할 게 아니라, 정치인들의 수준 낮은 습성을 통제할 헌법적 장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있어도 안지키는 게 문제일 수도 있겠다) 뷰캐넌은 일찍이 정치에 대한 현실적 이해를 바탕으로, 보다 본질적으로 좌파들을 비판했던 학자일지 모른다. 우린 흔히 정부에 대한 비판의 칼날을 정부의 개입주의적인 행태에 맞춰왔다. 그러나 작금의 정치인들의 수준 낮은 행태를 앉아서 바라만 보고 있자니, 뷰캐넌의 비판이 어떤 칼날보다 날카롭고 현실적이라고 느껴진다. "정부 실패는 헌법의 실패"라는 뷰캐넌의 명언은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강제 정규직화 등 개입주의적인 현 정부의 행태를 안주 삼으며 충분히 음미해왔지만, “적자 속의 민주주의”라는 뷰캐넌의 명언 또한 여야할 것없이 내년 예산안에 대한 모든 정치인들의 행태를 안주 삼으며 지금 시점에서 꼭 다시 씹어 봐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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