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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 좀비 전성시대: 제로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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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수 작성일19-11-08 05:21 조회3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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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전성시대

마이너스 금리는 더 이상 먼 외국 이야기가 아니다. 주식, 채권 그리고 예금과 같이 일반적인 실물 금융상품에 파생계약을 결합한 형태로 구성되는 파생결합상품을 구성 상품에 포함시킨 파생결합펀드(DLF)에 투자했다가 수익은 고사하고 원금까지 날리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내에서도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파생상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그 끝이 없을 것이지만, 명약관화하게 이야기하자면 파생상품은 불확실한 미래를 상품화한 것이다. 최근에 논란이 되었던 파생결합펀드의 경우에는 10년 만기 독일 국채의 금리가 -0.33%까지 하락하지 않는다면, 연 4~5%의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었다. 통상 해당 파생결합펀드는 아주 안정적인 상품으로 인식되었고,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안전상품으로 인식하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만기수익률이 -0.7%로 떨어져 계약에 따라 손실이 발생하였다.

마이너스금리는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대중적으로 각인되었으나, 그 이전에도 역금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된 것은 1972년 스위스로,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지급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돈을 맡기겠다는 이들이 전 세계 도처에 널려있기에 가능했다. 이후 매우 특이한 경우로 인식되던 역금리가 이제는 생활 속에 들어온 것이다. 실제로 8월을 기준으로 국제 투자 등급 채권의 30%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역금리는 사실 저축의 미덕을 파괴하기에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매년 저축의 가치가 깎여가며 소비를 하라는 위협이 자행되는 꼴이다. 국가경제 회생을 위해 대대적으로 역금리를 도입했던 것은 일본정부로, 막대한 확대재정지출과 함께 통화정책에 있어서는 역금리를 도입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일본 경제가 완벽한 침체로부터의 탈출을 했다고 평가되지는 못하고 있으니, 역금리의 불확실성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금리는 실질경제의 성장세를 반영한 실질금리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제주체의 예상치로 결정된다. 결국 경제가 저성장기에 돌입하고, 경제주체들이 경제침체에 따른 디플레이션을 예상하게 되면 금리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의 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은 어쩌면 수순일 수 있다. 2%의 성장도 어려워지는 상황이며, 이전 칼럼에서 주제가 되었던 바와 같이 물가상승률은 0%대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칼럼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국가를 주제로 한 바 있다. 이제 정말 우리나라는 고성장과 물가상승의 경험해온 바와는 전혀 다른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잠재성장률 전망치는 측정할 때마다 곤두박질치고 있으며, 디스인플레이션이든 디플레이션이든 경험해본 적이 없는 현상이다. 이 악순환으로 저소득층은 뽑혀나갈 것이다. 태풍이 일면 뿌리가 깊지 못한 것들이 먼저 뽑히는 것과 똑같은 경우일 것이다. 저성장은 귀신이 되어 영세한 이들의 주머니를 털어갈 것이다. 정규직 일자리의 감소 역시 어려운 이들의 등용문을 닫는 결과를 유발할 것이다. 성장기여도에서 정부가 민간을 역전한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제에 기여하지 못하는 공무원을 하고자 모든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비정상이 정상 현상이 될 것이다.

물론 금리를 낮추어 경제가 살 수만 있다면 제로 금리든 역 금리든 쌍수를 들고 대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확신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역 금리는 결코 경제를 살리는 방책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저 자산시장의 유동성만 증가시키고 사회적 양극화를 유래 없이 키울 것이라 확신한다.

정책 실패와 무관하게, 사실 이자율을 낮추는 요인은 늘 있어왔다. 가령 투자를 할 필요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네트워크 효과를 중심으로 플랫폼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회사들이 대규모의 실물투자를 할 일은 없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투자자금의 공급, 곧 저축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100세 시대이기에 이는 당연한 일이다.

뿐만 아니다. 전 세계적인 고령화 현상은 저축해 돈을 나중에 쓸 사람보다, 저축했던 돈을 이제 끌어다 쓸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을 발생시키고 있다. 그렇게 금리는 낮아지려는 압력을 받고 있다. 위대한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은 이러한 현상을 집약해 “금리는 장기적으로 생물학적 금리, 곧 인구 증가율에 수렴한다.”라고 정리했었다. 새뮤얼슨의 논리에 지금의 한국의 인구구조를 반영하자면 초고령사회로 질주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금리는 큰 하방압력을 받고 있다.

그렇기에 정부가 역 금리를 도입하는 것 자체에 돌을 던질 필요는 없다. 문제는 정부가 산적한 경제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있을 마법의 방망위처럼 마이너스 금리를 휘두르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남용되는 역 금리는 우리가 정상이라 겪어왔던 정상 사회와는 완전히 다른 좀비 사회를 유발할 뿐이다. 좀비사회의 막이 열리려는 찰나가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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