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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 [박성수 칼럼] 디플레이션과 디스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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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수 작성일19-10-17 21:53 조회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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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이션과 디스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논쟁이 뜨겁다. 지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0.4%로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이 부(-)의 기록을 보인 것은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논쟁의 핵심은 이것이 일시적인 디스인플레이션이냐 또는 장기 디플레이션의 초입 국면에 진입한 것이냐의 여부이다.

디플레이션은 물가하락을 통칭한다. 보다 엄밀하게는 ‘물가 하락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따라서 지금의 물가상승률 하락은 물가 하락 현상이 파악된 것이 아직 한 달에 불과하며, 하락 품종 역시 전체 품목 중 30% 정도이기 때문에, 정의상 디플레이션이 아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항목이 논쟁을 촉발시켰는가? 9월 물가 하락은 주로 농산물과 석유류의 제품 때문에 발생하였다. 두 품목의 공통점은 가격이 조금 변동한다고 하여 수요가 변하지는 않지만, 공급은 가격에 매우 민감하게 변동한다는 점이다. 물가지수(CPI)는 이렇듯 일시적 가격 변동성이 높은 품목까지 모두 포함하기에, 이 수치만으로 정책을 펼칠 수는 없다.

그렇기에 고안된 것이 근원물가지수(Core-CPI)이다. CPI와 동일한 방식으로 물가지수를 추정하되, 농산품과 석유류 등 가격 변동성이 높은 품목을 제외하여 추정한다. 실제 9월의 근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6% 상승하였다. 따라서 이 수치가 한국은행의 목표 물가상승률인 2%에는 못 미치지만, 부(-)를 기록하지는 않았다.

결국 현재의 상황은 수요 감소에 따른 디플레이션은 아니되, 공급의 불안정성과 경기의 둔화에 따른 디스인플레이션, 곧 물가상승률 자체는 양수를 기록하되 차츰 그 증가 폭이 적어지는 상태로 볼 수 있다.

모든 경제현상이 그러하듯이, 디플레이션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발생 가능하다. 우선 경기가 둔화되거나 침체되는 상태를 미리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 또한 정책 당국에 의해 통화가치를 절상하는 과정에서 통화 공급량이 줄어들어 발생할 수도 있다. 정부의 부동산 등의 자산시장에 대한 정책으로 자산 가격이 하락하여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디스인플레이션과 가장 관련 있는 지표는 언급된 경우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금리이다. 따라서 디스인플레이션을 다룸에 있어서는 금리와 통화량을 조정하는 통화정책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반면에 디플레이션은 디스인플레이션과 달리 약이 없다. 기술이 고도화되어 제품 생산 단가가 낮아짐에 따른 물가 하락이 디플레이션을 유발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통상 정책 당국이 관심을 가지는 디플레이션은 유효 수요가 감소하거나, 자산 가격이 일시적 하락을 넘어 버블이 붕괴하는 경우이다. 그러한 디플레이션은 장기적 악순환을 유발하기에 매우 주의해야 한다. 유효 수요가 감소하여 물가가 하락하면, 합리적으로 현재의 제품 가격보다 미래의 제품 가격이 더 낮아질 것이라 예측하게 되고, 실제로 그 예측으로 지갑을 열지 않게 된다. 미래 현금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현실이 되는 자기실현적 예언이다. 그렇게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여 장기 경기침체가 발생한다. 자산가격의 버블 역시 소비와 투자를 할 기대심리와 여건을 악화시켜 동일한 결과로 이어진다. 특히나 자산 버블 폭락에 따른 디플레이션 하에서는 가계와 기업의 채무불이행이 급증하여 파산과 도산이 속수무책으로 발생할 수 있다.

아베 수상이 그렇게도 아베노믹스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지난 30년의 지긋지긋한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다. 일본은 1990년 이후 연율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해가 13번이다. 그 동안 무수히 적용해왔던 전통적인 통화정책은 맨 땅에 헤딩에 불과했고, 선제적인 재정정책 역시 빚만 늘려왔을 뿐이었다. 해도 해도 되지 않아 적용하게 된 것이 마이너스 금리를 포함하는 양적완화와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이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지금 디스인플레이션이 디플레이션 진입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전기, 전자, 조선 등 주요 산업의 경쟁력이 악화되고,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여 구조적인 유효수요가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가 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단기적 디스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디플레이션으로 진입되고 있는 경로를 꺾어야 한다. 지금의 여론이 그저 감정적인 뉴스에 일변도로 치우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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