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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 [박성수 칼럼] 자유 사회의 변곡점에 있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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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수 작성일19-10-11 06:10 조회78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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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민의 돈을 쌈짓돈 취급한 결과를 지켜보자니 가슴이 아프다. 뿌리내리지 못한 것이 먼저 쓰러지듯이, 가장 어려운 이웃부터 삶이 비참해진다.

최저임금과 각종 지자체의 인기영합적 복지보다도 무서운 것은 비대한 국가예산이다. 어쩌면 그동안은 개막식에 불과했다. 정부가 올해보다 9%나 인상된 규모(513조원)로 내년 예산을 확대 편성하기 때문이다. 올해의 예산도 작년 대비 9.5% 증가했었으니, 2년 연속으로 살인적인 팽창 재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확대 재정에 정치적 힘이 실린다. 그러나 돈을 찍어 국부가 증가할 수 없다는 통화주의의 가르침은 여전히 숭고하다. 확대 재정의 폐해는 고용 창출, 중소기업·자영업 위기 극복, 부품소재산업의 경쟁력 강화, 포용경제라는 그럴 듯한 슬로건으로 감추어질 수 없다.

더욱이 큰 문제는 그렇게 많은 세금을 거둘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말라비틀어진 행주를 쥐어짜본들 물이 몇 방울이나 떨어질 것인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경제의 어느 부문을 살펴보아도 세원이 확보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정부와 여당의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지만, 너무도 확실하게 국채가 찍힐 것이다. 사실 이미 정부는 금년 3조 원이 넘는 규모의 적자 국채를 발행한 바 있다. 국민의 돈을 외상 달아 표를 얻는 저열함은 신물이 날 지경이다.

포퓰리즘 조세가 정면으로 서민을 공격하는 정공법이라면, 국채는 뒤에서 칼을 꼽는 영악의 정수이다. 외면상으로는 국채의 수급 과정은 조세보다 매력적이다. 투자자가 자발적으로 이자를 받고 돈을 국가에 빌려주는 것이며, 국채 자체가 적절한 수익의 안정적 획득을 보장하는 투자 상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세 증대와 달리 국채 발행의 증가는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것처럼 여겨지고, 국민의 관심이 조세 증가에 비해 덜하기에, 정부는 양껏 국채를 찍어낼 유인을 가진다.

그러나 조세와 국채는 동전의 양면이다. 조세가 현재의 부를 강탈하는 기제라면, 국채는 미래의 국부를 거두어가는 것이다. 묻지마 국채 발행은 조세와 같이 재정 건전성을 해치고 정부 지출이 낭비를 초래하며, 후세대에게 부담을 지운다. 무엇인가를 누리는 자와 이를 위해 수고하는 자가 다른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따라서 국채는 도덕적이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한 자산이다. 사회를 문란하게 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 못지않게 비윤리적이다.

경제와 도덕은 원래 일심동체이다. 도덕이 그렇게 손에 잡히지 않는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다. 사실 도덕적 행위란 ‘내가 하기 싫은 일을 타인에게 시키지 말라’는 아주 간단한 명제로 정의될 수 있다. 동양에서는 공자가, 서양에서는 칸트가 그렇게 정의했다. 동양과 서양, 어제와 오늘을 막론하고 마찬가지인 도덕률을, 국채는 정면으로 위배한다. 그렇게 도덕적이지 못하고 타락한 경제체제 하에서는 시장 내 경제 주체들의 자발적이고 굳건한 계약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국채를 찍어 국민에게 양두구육의 거짓말을 일삼는 사회는 불신이 만연하고, 경제활동의 비용이 막대해진다.

국채의 저열함은 쉽게 잊기 힘들다. 국채는 한 때 비트코인 열풍때 자주 언급이 되던 ‘폰지 사기(Ponzi game)’와 원리가 동일하다. 국가는 새로 빚을 내 만기가 된 빚을 갚고, 그 빚이 만기가 되면 또 새롭게 빚을 얻는 게 일상인데, 이것이 폰지 게임이 사회를 망치는 기본 작동원리이다. 빚은 남의 땀과 노력을 빌린 대가이기에, 나의 땀과 노력으로 상환하는 것이 가장 올바르고 확실한 방법이다. 돌려막아 빚을 막아대는 가정이 늘 파탄이 나듯이, 국채로 하석상대의 임기응변만을 취하는 국가는 반드시 붕괴한다.

정부 지출과 부채가 적어, 견실한 정부가 구성됨과 동시에 고용이 증가하고 경제가 성장하는 것이 상식이며 경제학의 원리이다. 고용, 성장, 복지, 동반성장, 상생 등 아름다운 미사여구로 만들어진 정부 지출은 나의 삶을 바꾼 적이 없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의 삶에 별다른 영향을 행사하지 못하였다. 그렇게 부풀려진 예산에는 늘 좀도둑과 정실의 가신들이 판을 친다.

국채 발행의 한 탕치기식 정치는 몸과 마음을 동시에 병들게 한다. 마음이 썩는 것이 더욱 걱정이다. 경제라는 몸이야, 배를 굶주리더라도 마음이 건실하다면 선배 세대와 같이 국난을 극복할 기회가 있다. 지금의 포퓰리즘과 전체주의적 정부가 위험한 것은, 이것이 우리의 마음을 문드러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의 양심과 자유는 포퓰리즘과 빚으로 빚을 갚는 폰지게임을 통해 혼탁해지고 있다. 땀과 노력을 외치는, 재미없으나 품격 있는 정부는 이제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개천절에 누군가 밝힌 빛은 자유사회를 지킬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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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만수님의 댓글

서만수 작성일

잘 지적한대로 재정확대와 국채대거발행에 따른 경제폐해를 인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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