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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 [박성수 칼럼] 타노스에게 스톤을 바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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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수 작성일19-09-20 05:53 조회1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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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노스에게 스톤을 바치는 정부

코스피가 연일 곤두박질치던 것이 불과 몇 주 전이다. 그나마 이 정도로 유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연기금의 돈을 풀어 증권 물량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통상 주주총회가 열리는 3월부터 줄곧 경영진보다는 이사회를 중심으로 경영을 해야 한다는 압력을 넣어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기업의 경영진을 곧 노동자를 약탈하는 적폐로 간주하는 재벌정책에 정의로운 기업인들이 속박을 차고 있다.

정부의 기업가 옥죄기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정부가 유별남은 부인할 수 없다. 재벌기업을 죽이기 위해서는 상법 개정도 마다하지 않았다. 감사를 선임하기 위한 주주 의결권행사에 있어, 대주주들의 지분 권한 행사를 3%로 제한하였다. 이는 자명한 역차별이지만, 어떤 경제 주체도 제대로 된 항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사회가 대주주로부터 독립되어야만 기업의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혁신이 가능하다는 환상의 기원은 헤아릴 길이 없다.

아! 어쩌면 집권세력은 이것이 ‘경제 민주화’의 일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1인 1표의 민주주의는 경제에 있어 1원 1표로 행사되니, 작금의 행태는 이미 형성되어 있는 경제민주화의 질서를 파괴하는 마녀사냥이라 부르는 것이 옳다. 숙의 없이 주주 민주주의를 외치는 것은 무지하기 때문에 또는 북한식민주주의를 획책하고 있기 때문으로 이해해야 한다.

열심히 공부하고 숙고하는 사색의 가치는 땅바닥에 떨어져 있다. 엄정한 논리 그리고 그를 증명할 실증은 누구도 외치지 않고, 그저 재벌타도와 민주적 이사회의 기대만 부풀려온 정부다.

현실은 그들의 망상과는 정 반대이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증권시장 주체는 외국인이다.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외국인이 36%, 기관투자가 17%, 기업이 24%, 개인 19%, 정부 3%가량이다. 특히나 경영진 타도의 대상으로 분류되는 재벌기업의 경우를 보면 외국인 비중이 더 높다. 삼성전자 52%, 현대차 46%, SK하이닉스 50%로 외국인 투자가 압도적이다. 결국 이사회의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되고, 그들이 외치는 ‘악덕 경영진’에서 독립한 기업은 한국기업이 아닌 외국기업이 되고 만다.

사실 주주들의 행동주의를 강화시키려는 움직임은 10여 년 전 미국에서도 있었다. 당시 미국의 기관투자자들은 증권거래위원회가 ‘기관투자자가 독립적으로 기업 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를 통과시키도록 융단 폭격식 로비를 벌였다. Rule 14a-11로 불리는 해당 규제는 미국상공회의소의 소송으로 1년 만에 무효가 되었다.

이는 지극히 상식적인 판결이었다. 기관투자가는 본래 그 성격상 재벌과 동일한 방식으로 펀드를 운용하기 때문에, 개별 기업에 이사회의 독립성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 연기금을 포함하는 기관투자가는 83%가 단일이사회, 나머지 17% 정도가 클러스터이사회로 운용된다. 단일이사회는 계열사별 이사회가 없이, 기관투자회사의 이사회에서 투자한 모든 계열사를 완전히 통제하는 방식이다. 이와는 달리 클러스터 이사회는 계열사별 혹은 계열사를 그룹화하여 그에 대응하는 기획조정실 또는 이사회를 구성한다. 결국 기관투자회사의 운영 자체가 재벌과 다를 것이 없는데, 재벌의 경영방식에 부조리가 있다며 행동주의를 외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애당초 국내 대기업을 재벌로 인식하는 태도부터 글렀다. 외국의 기관투자가 중에서 국내 대기업 몇 개를 합친 것보다 큰 공룡이 가득한 것이 국제금융의 현실이다. 오히려 지금은 그 공룡들로부터 국내 대기업을 보호하기도 바빠야 한다. 기관투자가의 막대한 자금을 공수 받은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건실한 알짜회사를 거덜 내는 약탈을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가가 기존 회사의 경영진보다 우수하게 회사를 일구어 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착각이다. 현모양처를 내치고 겉만 번지르르한 후실을 들이는 B급 만화를 재현하는 셈이다. 이제라도 기업 경영진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일련의 조치가 필요하다. 증권시장 ‘타노스’의 건틀렛에 알아서 ‘스톤’을 넣어주는 헛수고를 보아줄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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