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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 [박성수 칼럼]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벗어나려는 천박함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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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수 작성일19-09-14 15:51 조회1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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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상식이 있는 시민들은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이 주요 선진국이 주도하는 국제 표준(Global Standard)에 부합하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보수정부가 집권하였고,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도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키를 오른쪽으로 꺾었으므로, 우리나라의 좌파정부가 이들 선진국과 노선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치게 되면 비단 민의에 의해 선출된 국가원수라 할지라도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는 선출된 권력이 국민경제의 핵심 주체인 기업인을 마녀사냥하고, 기업의 경영활동을 금기시한 대가로 디플레이션과 역성장의 위기를 맞고 있다. 과정이 형식적 법치주의에 부합한다 할지라도 용납할 수 없는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번에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일명 5%룰이다.

9월 6일 금융위원회는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가’들에게 ‘5%룰’에 따른 공시의무를 완화시켜주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5%룰은 외국인 및 기관투자자로부터 기업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의 일환으로, “만약 투자자가 상장회사의 주식을 ‘경영권에 영향을 주고자’ 5%이상 보유하거나, 1%이상의 지분 변동이 발생할 경우, 이를 5일 이내에 공시하도록 규정한 제도”이다.

금융위원회가 기관투자자에 대한 5%룰을 완화시키게 되면,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한 기업의 경영에 개입할 수 있게 된다. 올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져온 연기금의 시장 개입에 더욱 힘이 실어지게 된다.

혹자는 연기금은 국민의 준조세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이를 금융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 냉혹한 시장에 민초들을 위한 동정심이 반영되길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딱딱해 보이는 ‘경쟁적 자본주의’, 곧 자유시장경제에 부합하는 경제일수록, 개인은 자유와 풍요를 함께 누릴 수 있다.

누군가는 도대체 국제 표준이 무엇이며, 우리 경제정책을 편성하는 것에 있어서 굳이 외국의 흐름을 반영해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물론 국제 표준이 만능은 아니다. 다만 국제표준에서 이탈하는 정책을 위해서는 그 의도와 논리가 분명하게 공표되어야 할 것인데, 우리 정부는 그 근거로 ‘공정경제’를 제시하고 있다. 과연 정부가 역설하는 공정경제가 무엇이며, 왜 한국의 자본시장법제가 국제 표준에서 동떨어져야 공정한 경제가 창달될 수 있는 것인가. 선진국 그리고 그를 청사진으로 삼는 무수한 국가의 경제가 불공정하다는 논거는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이다. 이전 칼럼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미 우리나라 증권시장을 비롯한 자산시장에 있어 외국인 투자자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기관투자자에게 우호적인 조치는 투견과 같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새로운 투기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 시행령 개정을 통해 5%이상 주식을 보유한 이른바 ‘경영참여주주’의 주식 대량보유사실 보고기한을 기존보다 5일 더 연장시켜 주겠다고 한다. 국민연금이 모 회사의 주식을 대량 구매한 것이 시장에 전파되면, 다른 투자자들이 덩달아 함께 주식을 구매하는 추종매매가 이루어지고, 주식이 근본가치에 비해 과대평가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추종매매는 증권시장 뿐만이 아닌 모든 재화와 용역이 거래되는 시장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오히려 대량보유사실보고의 기한은 단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의 5일 보고기한은 증권시장이 전자화되지 못하던 시절에 정해진 규칙이기 때문이다. 공시가 전자로 이루어지며 신속하게 전파되는 지금, 국제 표준은 2일 정도이다.

국제 표준에 맞추자면 보유주식 비율 역시 낮춰지는 것이 적합하다. 선진국 증권시장에서는 보고 의무를 가지게 되는 기준이 3%정도로 더욱 강화되었는데, 기관 및 외국인투자자의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성행하는 헤지펀드와 같은 투기자본의 공격으로부터 기업 경영진의 경영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정 반대로, 투기적 공격을 반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기업인의 경영권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지금은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가 취득한 주식을 6개월 이내에 매각을 할 경우, 그로 발생한 순수익을 회사에 반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대규모 자본에 의해 떳다방과 비슷한 투기를 할 수 없도록 규제한 것이다. 그런데 금융위원회는 공적인 연기금에 한해서는 취득 주식을 6개월 이내에 처분하더라도 차익을 반환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투자라 하여 질이 같은 것이 아니다. 기업의 경영진과 오랜 대주주에 의한 투자는 일자리와 설비를 늘리는 직접투자이지만, 외국인과 연기금에 의한 투자는 차익을 실현시키기 위한 가볍고 유동적인 투기의 성향이 짙다. 디플레이션과 역성장이 걱정되는 지금, 관건은 ‘어떻게 하면 자본이 직접투자로 유도될 수 있도록 유인책을 설정하는가’이다.

공정경제의 미명 하에 그 어느 때보다도 국민경제가 불공정해지는 지금이다. 자랑스러운 기업인과 자본가를 화형시키는 마녀사냥과 광대놀음에 여운 따위는 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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