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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 [박성수 칼럼] 개발도상국에서 졸업하자는 트럼프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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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수 작성일19-08-17 07:15 조회1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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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나라와 다시는 상종하지 않을 것 마냥 다투는 와중에도 국제교역의 판세는 치밀하고도 깊게 격해지고 있다. 우선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세계의 경찰은 중국이 차마 대응도 하지 못하게, 신속해서 치명적이게 환율을 조작한다는 딱지를 매겼다. 이전에도 자유로정렬의 칼럼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제 무역갈등은 환율전쟁으로 새로운 막을 올렸다.

이 한 가지 주제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일본은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거는 한편 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이하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였다. 이에 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보다도 큰 비용은, 반일 감정에 기초하여 무언가 획책하다 정작 국제사회에 내야 할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주한미군의 부담금 협상이 또 다시 있을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가운데에, 한미 양국의 관계가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신호는 또 발생하고 있다. 다름 아니라 지난 7월 26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세계무역기구(이하 WTO)의 개발도상국 지위에서 ‘졸업’시켜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무역제재를 가하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세계은행(WB)과 함께 WTO역시 사실상 미국이 전적인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허풍이 아니다.

그간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으로 분류가 된 덕분에 WTO 출범 이후의 국제무역에 있어 많은 특혜를 누렸다. 특히 농업 분야에 있어서는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을 수 있었고, 농업 분야 종사자에 대한 보조금도 별 눈치를 보지 않고 지급할 수 있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관철된다면, 현재 관세를 부과해 보호하고 있는 쌀, 고추, 마늘 등 주요 농산물 시장에 수입산 물품이 들어올 것이다.

물론 한국이 개발도상국이냐 선진국이냐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논쟁거리는 아니다. 2001년 카타르 도하에서 출범한 도하개발어젠다(이하 DDA)에 있어서도, 한국의 개발도상국 지위 유지는 논란이 되었다. 원칙적으로 한 국가가 개발도상국이냐 또는 선진국이냐의 지위 결정 문제는 당사국의 판단으로 결정된다. 다만 이러한 자기 선언 방식도 WTO주요 회원국들의 암묵적인 동의와 이해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고,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이 아닌 선진국에 해당된다는 목소리가 있어왔다.

당시 우리나라 정부는 한국의 전반적인 경제력을 기준으로 볼 때에는 선진국으로 분류할 수도 있지만,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분류에 따라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농업에 한해서는, 한국의 국제경쟁력이 취약함을 역설했다. 또한 전체 농산품의 수출입 규모를 따져보면,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됨에도 불구하고 수출액보다는 수입액이 많다는 점도 고려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빅 브라더’라고 하여 주머니 사정이 나빠야만 하냐는 문제를 2017년 취임 이후 줄기차게 제기해오고 있다. 그러한 맥락의 일환으로 미국 정부는 WTO의 개도국 자기선언 방식을 지적하는 것이다. 미국이야 자타를 불문하고 선진국으로 해당이 되는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경계 근방에 위치한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개발도상국으로 자국을 분류했다는 주장이다. 수출에 있어서는 선진국들이 펼쳐놓은 자유무역시장의 혜택을 누리고, 수입에 있어서는 개발도상국이라는 명목 하에 개방의 폭을 줄였다는 미국의 지적을 반박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자기 선정 방식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의 가입국에 해당하는지의 여부, 주요 20개국(이하 G20)에 해당하는지의 여부, 소득 수준이 일정액을 초과하는지의 여부 그리고 무역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와 같은 네 가지 기준이다. 이 네 가지 기준에 하나라도 부합된다면, 해당 국가는 개발도상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종의 개발도상국 ‘졸업 조건’이라 하겠다.

‘개발도상국’ 대한민국은 미국이 제시한 네 가지 기준 모두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OECD와 G20 가입국이며, 국민소득이 3만 불을 초과했고 무역 비중은 당근 높다. 따라서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무역질서 하에서는 이전처럼 개발도상국의 특혜를 누리기 어려울 수 있다.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새로운 질서를 거부한다면, 20여 년 전부터 계속되어온 외국의 눈초리가 더욱 노골적으로 변할 것이며 트럼프발(發) 무역 제재라는 충격을 겪을 수도 있다.

이 참에 우리 정부는 정합적인 시장경제체제를 구현하는 것이 마땅하다. 농업 시장의 개방은 국제 평균 가격보다 과도해도 너무나 과도하게 비싼 쌀 가격을 부담하는 국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줄 기회로 인식할 수 있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제법 우아하지만 실속은 찾기 어려운 굴레에서 이제는 벗어나도 좋지 않을까. 어쩌면 트럼프의 저돌적인 직설법이, ‘경자유전’, ‘신토불이’ 운운하며 너무나도 격식과 완곡함에 경도되어 지친 우리 농업시장에 새로운 순풍을 불러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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