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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 [박성수 칼럼] 관치주의, 핀테크를 삼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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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수 작성일19-07-06 09:59 조회7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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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주의, 핀테크를 삼키나

시장 내에서 자원이 배분되는 과정에서 각 경제주체가 가지는 인센티브의 핵심은 ‘가격’이다. 가격의 변화에 따라 가계와 기업의 전략적인 행동변화가 발생한다. 그중 금융시장에서의 가격은 이자율이다. 그런데 금융시장에서는 채권자와 채무자간의 관계에서의 정보비대칭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자율의 결정과정에서 금융의 수요자에 대한 신용도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이 고객에 대한 신용도 평가 없이 대출을 한다고 해보자. 지나친 고금리의 상황에서는 채무 상환이 어려운 위험 고객을 피할 수는 있지만, 적정하게 대출을 하지 못하고 자금줄이 막히는 신용 경색(credit crunch) 현상이 발생하고 만다. 반대로 금리가 매우 낮다면 자금이 원활하게 풀려 신용 경색은 없겠지만, 원리금 상환을 하지 못하는 부실 대출이 속출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은 개별 고객의 위험도, 신용도를 평가하고, 그에 따른 적정 대출 이자율을 차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통상 잘 알려진 ‘개인 신용도 등급’이나 ‘가산금리’가 이와 같은 맥락의 조치다.

이론적으로 신용도 평가가 완벽하게 수행되어 이자율에 반영이 되면 모든 이들이 적정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해, 실제 신용도에 따른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신용 할당(credit rationing)’이라 하며, 결국 금융의 발전은 신용 할당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대표적인 신용 할당 사례는 부동산 대출 제한 정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LTV, DTI, DSR과 같은 대출 규제는 주택담보대출 신청자의 소득을 통해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제도다. 그런데 개인의 소득이 높을수록 대출 상환능력이 높은 것은 맞지만, 환산한 소득만으로 대출 상환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주택담보대출 상환 능력이 있는 이임에도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는데, 이는 대표적인 신용 할당의 사례이다.

우리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지금까지 언급해온 ‘정보 비대칭성’과 그에 따른 ‘신용 할당’을 극복해줄 기술들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빅데이터에 의거하여 보다 적은 비용으로 정보를 수집, 처리할 수 있게 되면, 보다 정확하게 고객의 신용도를 측정하여 대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금융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기술이 결합되어, 신용평가와 금융 제공 방식이 변화되는 것이 ‘핀테크(Fintech)’이다.

문제는 금융 혁신의 추진력을 가져야 할 정부가 부진한 관치주의를 극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가 민간 금융회사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를 측정해 공개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일자리 성적’을 평가해 8월께 공개하고, 내년에 다른 금융업권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 도입으로 인력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일자리 기여도’를 따지는 건 적절치 않다.

한국의 금융시장은 정부의 무수한 규제와 간섭으로 역동성을 잃고 있다. 토스와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은 은산분리 및 대주주 적격성 규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인 간 대출(P2P) 등 핀테크 분야 기업들은 금융회사의 출자제한 규제로 성장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물론 정부의 의도가 사악함의 발로는 아닐 것이다. 제법 좋은 금융시장에서의 일자리를 확보해 소득주도성장을 조금이라도 추진해보려는 심사다. 하지만 폭압적인 규제 하에서 금융기관들은 전략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다. 양질의 건전한 일자리보다는 일자리 수를 당장 늘리기 위한 비정규직, 임시직 일자리만 늘어날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아진다고 선진국이 될 수는 없다.

좋은 일자리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이고, 높은 부가가치는 혁신을 마다하지 않는 경쟁을 통해 일구어진다. 결국 최고의 일자리는 정부가 아닌 시장이 만든다. 금융시장을 휘어잡던 관치주의 놀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금융산업의 발전과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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