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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 [박성수 칼럼] 적폐를 외치면 백년대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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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수 작성일19-06-21 14:50 조회2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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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소 경제 장기 로드맵’을 내놓은 지도 몇 개월이 지났다. 민간기업인 현대자동차를 국영기업인 것처럼 간주하며 실시한 정책이다. 프로젝트 선포식이 장엄하게 치러진 것에 비하여 수소연료전기차의 경쟁력 확보 여부는 아직도 불투명하다. 여전히 불확실성과 위험도가 높다.

사실 현재 시점에서 수소연료전기차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치열한 것은 당연하다. 이는 말 그대로 장기적으로 진행해야 할 과제이다. 더군다나 수소자동차 시장을 포괄하는 자동차 산업 그리고 최종적인 국제 교역으로 시선을 확대하면, 수소차에 대한 낙점을 찍기 위해 고려해야 할 선택지는 더욱 늘어난다.

물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까닭은 없다. 수소자동차라는 대안이 매우 불확실한 것이라 할지라도, ‘수소 경제’를 주창하는 정부를 매도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걱정되는 것은 수소차 시장에 산재한 위험과 불확실성보다도 정치이다. 수소차 시장을 구축하고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프로젝트는 2040년까지의 로드맵으로 그려졌다. 그동안 정권이 뒤엎어지기를 반복할 풍파에도 불구하고 수소자동차 프로젝트는 무사히 완료될 수 있을까.

수소차의 기술 리스크, 시장의 경제적인 리스크보다도 정치 리스크와 권력 리스크가 두렵다. 정치와 경제가 구분되지 못하고 포퓰리즘 리더십이 난무하여 발생한 참사다. 대중의 인기에 부합하기 위한 정치인들은 자극적인 흑백논리를 펼치고 있다. 상대 세력이 지옥을 만들어 삶이 힘겨운 것이라는 선동이 펼쳐지고, 자신이 모든 것을 개혁하여 천국을 만들겠다는 거짓말이 더해진다. 적폐는 그렇게 탄생하고 있다.

앞 정권이 벌인 일은 죄다 부정해야 연출 효과가 큰 법이다. 덕분에 정권의 취지에 부응하여 국책 사업을 추진한 이들은 어처구니없게도 범죄자로 매도된다. 그러한 정치 리스크 속에서는 어떠한 장기 프로젝트도 원활히 진행되지 못할 터이다.

물론 정치리스크를 타파할 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다. ‘정부가 장기 국책 사업에 대해서는 준칙을 설정하여 시행하는 것’이 가장 기본 해결 원칙이다. 정부가 이 원칙만 준수해도 수소차 시장 확보 계획이 허망하게 실패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와 더불어 ‘혁신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쟁을 제한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혁신의 기술 경쟁, 투자 경쟁 과정에서의 패자를 걱정하면 차세대 산업은 없다.

앞 정권이 지원했다는 이유로, 교만한 편견으로 특정 기술을 배척하면 남아날 기술은 없다. 문재인 정부는 앞선 보수정부가 10여 년간 추진해온 원자력 산업을 '판도라'를 보고 사악한 짓으로 치부하며 탈원전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부당한 선례는 차기 정부가 ‘탈수소’를 외칠 명분이 될 수 있다.

장기 프로젝트의 기획과 추진, 평가는 정치와 권력이 아닌 지식인과 전문가 집단이 맡아야 한다. 정부는 오롯한 지원을 충실히 하는 것으로 족하다. 독일의 경우 공학한림원과 같은 분야별 전문단체가 국가 혁신 프로젝트의 핵심 기관으로 참여하고, 일본의 연구중심 대학들은 정부의 정책적 통제를 받지 않는다. 단기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 학자를 죄인으로 둔갑시키는 정부기관의 버릇부터 고쳐져야 한다. 시대와 동떨어진 관료들이 나라에서 가장 유능한 연구진에 성과를 독촉하는 것은 애초에 민망한 작태다.

관료사회와 정치의 개입을 막지 못할 것이라면 모든 것을 기업에 위임하는 것도 좋다. R&D의 핵심 주체는 예전부터 정부가 아닌 기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기술개발 투자에 대해서 파격적인 감세 혜택을 부여하고, 법인세를 인하하여 연구 및 투자 자금을 확보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산업단지와 산업클러스터의 구성에 있어서도 기업들의 자율적인 진입과 퇴출을 허용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도 기업에 대한 감세를 그저 부자에 대한 맹목적 혜택으로 변질시키는 퇴행적 정서부터 변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이 거짓과 위선의 도그마로 시작되어 실패했다면, 혁신성장은 적폐몰이에 무너질 상황이다. 혁신성장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이전 정부의 과실을 적폐로 진단하는 악습을 고치지 못한다면, 이번 정부의 혁신성장은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다. 안 그래도 성공의 가능성이 희박한 차세대 산업 프로젝트가 정치 리스크로 꿈도 꾸기 어려워 답답해진다. 적폐를 외치면 백년대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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