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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 [박성수 칼럼] ILO 비준, 운동장이 뒤집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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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수 작성일19-06-14 23:20 조회3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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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체제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시장경제 덕분에 새벽별을 벗 삼아 출근하고, 저녁달을 풍경삼아 퇴근하던 이들의 수고와 눈물이 헛되지 않았다. 섭섭하게도 최근 기업 특히 대기업이 맞이하는 환경은 점차 사회주의의 폐허다. 시장경제의 핵심 요소는 다름 아닌 사유재산의 인정인데, 대기업이라는 엄연한 법인의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노동조합이 재산권 행사를 불가능하도록 획책하고 있다. 기업의 재산을 불법으로 점유하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습성화된 천박이다. 최근에는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인지 공권력 앞에서도 안하무인이다. 국회의 담장을 무너뜨리고 진입하여 경찰과 기자를 폭행한 경우도 있다. 한 기업의 노무담당 인원을 감금, 폭행한 것도 몇 개월 전의 이야기이다. 취업 선망의 대상인 공기업과 대기업의 정규직 채용에 공공연히 개입을 하지만 제어할 길도 없다.

한국 노조는 범죄행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 법 위에 군중이,  군중 위에는 노조가 있는 것인가. 노조가 한 행위에 주어를 기업인으로 바뀌었다면 벌써 그 기업가들은 ‘콩밥’신세일 것이다. 그나마 나라 경제가 호시절이던 과거에는 그 부조리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다. 문제는 지금 경제가 침체의 초입 국면에 진입하여 청년과 자영업자 등, 사회의 약자부터 쓰러지고 있는 점이다. 가장 여유 있는 이들이 노조의 울타리를 만들어, ‘줄어드는 파이’에서의 몫을 결코 줄이지 않으려 한다. 어느 정치인의 구절을 빌리자면 ‘악의 축’이다.

한국 노조의 안하무인 태도의 원인은 완전히 기울어지다 못해 뒤집혀버린 운동장에서 기인한다. 현대자동차 체코공장 파업이 지난 10년간 0건인데, 가장 모범이 되어야 할 모국의 울산공장은 430회이다. 기아차의 최근 27년을 보면 무파업 해가 2년뿐이고, 노조의 깽판 비슷한 쟁의로 인한 연간 조업 손실일수가 86일이다. 이러한 태도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틈만 나면 기업인을 고소, 고발한다. 각하 및 기각률이 85%에 달하지만 아직도 이에 대한 제재수단이 없다.

기업인은 정치인보다도 높은 수준의 윤리적 제재를 받는다. 경영권 및 노조와의 협상에 있어서도 손발이 묶인다. 선진국에서는 응당 허용하는 파업시 대체근로가 허용되지 않는다. 법인의 재산권도 무시당해 노조원들은 사업장 및 핵심 장비를 쇠사슬로 묶고 경영진의 사무실을 점거한다. 노조 쟁의는 필히 사업장 밖에서 하는 선진국에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뿐만 아니라 노사의 협상은 엄연한 당사자 간의 민간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걸핏하면 기업인들은 부당노동행위 범법자로 형사처벌 받는다.

한국의 세계경제포럼(WEF) 노사협력 순위는 140개국 중 124위로 우리보다 경제력이 열위에 있는 케냐나 스리랑카는 물론이고,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았다는 경제 낙점국 짐바브웨보다 못하다. 노사 간의 협상력에 있어 힘의 불균형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다. 한 번 채용하면 해고하기가 제한되고, 사회 안전망 차원에서 적용되어야 할 최저임금이 중위근로자의 임금 수준으로 상승하였으니 외국인직접투자가 곤두박질쳐 홍콩이나 대만에 비교조차 하기 어려워졌다. 그나마 국내로 들어오는 자금도 건설적인 장기투자보다는 치고 빠지는 식의 먹튀투자에 불과하니 코스피와 코스닥 등 국내 증권시장은 성장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노조 구성원들은 결코 약자가 아니고, 전체 근로자의 입장을 대변하지도 못한다. 민주노총의 주요 구성원은 대기업 근로자들이다. 이들의 임금은 전체 근로자 상위 3% 수준이다. 일부 선거 지역구를 장악하여 국회의원의 몫을 사실상 할당받았고, 20명이 넘는 국회의원들이 소위 ‘노동계’출신이다. 이와 같은 정치권력과의 결탁으로 국민연금과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노사관계에 있어 핵심 의사결정기구에도 노조 출신이 포진해있다. 설상가상, 아니 금상첨화라고 해야 할까? 대통령마저 노동조합의 힘을 업고 당선되었으니 최저임금이 아무리 올라도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정부 기구 중에는 유일하게 KDI가 그 목소리를 내고 있고, 국내 최고의 연구기관인 한국은행은 너무도 조용해 한은사(韓銀寺)라는 조롱을 받고 있는 처지다.

최근 화제가 된 것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는 경사노위 그리고 고용노동부의 입장문 발표였다. 이는 결코 대한민국 기업가들의 입장을 반영은 물론이거니와 고려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해고된 이도 노조를 가입하고, 실업한 자도 노조에 가입한다는 유래 없는 조치가 대타협도 없이 이뤄지게 생겼다. 노조전임자에 대해서 임금 지급을 허용해야한다는 들어보지 못한 사항도 반영되었다. 선진국 노사협상의 자명한 원칙인 대체근로는 이번에도 허용되지 못하고 있다.

사회주의의 물결이 짙다. 20세기 사회주의를 실행했던 모든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은, 권력을 잡은 소수가 품격있고 웅장한 투쟁성명서를 외치며 나머지 시민들의 고혈을 빼먹었다는 점이다. 그 권력층이 밀실의 일원이거나 독재자곤 했는데, 아마 한국의 사회주의에서는 노조가 될 것 같다. 밖의 북한보다 무서운 것이 안의 노동조합인 지경이다.

대처 총리가 그립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30년 동안 극성을 부리던 철강노조를 비롯한 강성 노조를 타파했던 철의 여인이다. 재임 기간에는 악녀, 마녀라고 매도되는 등 고비가 있었지만, 그녀의 정공법은 영국병을 극복한 그야말로 위대한 개혁이다. 지금의 한국병은 그 영국병보다도 심하다. 아시아의 4마리 용이라 불리던 동료 국가들은 이미 저 만치 승천해 부러움의 대상인데, 우리는 구렁이로 변해 급락하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대한민국, 그 상투적인 어구가 이제는 정말 실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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