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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 [박성수 칼럼] 소득주도성장, 그 거짓말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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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수 작성일19-05-31 23:07 조회3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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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의 토대는 두 가지 통계이다. 우선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8%를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실질 임금 증가율은 2.1%에 불과하였다는 통계이다. 특히 2008년부터 2012년의 5년 동안에는 연평균 실질 성장률이 3.2%였는데, 실질 임금 증가율은 0.5%에 불과했다며 장하성 교수는 한탄했다. 그는 국가 경제 성장이 노동자의 임금을 정체시켜 가능했으며, 그러한 ‘임금 없는 성장’은 경제 성장을 하는 이유에 의문을 가지게 한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가계소득 비중 통계다. 국민총소득 중 가계소득 비중이 1990년 71.5%에서 2012년 62.3%로 축소됐고, 반면 기업소득 비중은 1990년 16.1%에서 2012년 23.3%로 늘었다. 소득주도성장 주창자들은 경제 성장의 성과를 기업이 가계의 몫을 빼앗아 챙겨간 것으로 묘사하며 대기업의 사악함을 지적했다.

두 가지 통계에 기반을 한 소득주도성장의 요지는 결국 노동자의 임금을 높이고 가계의 소득 인상이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몫을 가져간 기업이 쌓아놓은 사내유보금을 환수해야하고, 기업이 국민의 민의를 반영하기 위한 연기금의 적극적 경영개입을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덕분에 2년간 최저임금이 29.1% 올랐다. '일자리 쪼개기'를 위한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도입되었다. 최저임금 인상은 전반적인 노동자 임금을 높였다. 올해 1월 상용근로자 1인당 평균 월급은 418만5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8.6% 늘었다. 임시·일용근로자 월평균 임금도 153만원 수준으로 6.3% 증가했다.

문제는 실업이다. 올해 3월 청년층 확장실업률(공식 실업자 외에 취업준비생 등 실질적 실업자를 일부 반영)은 25.1%이다.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이다. 대외경쟁력 약화와 더불어 고용비용 충격을 받은 제조업 취업자는 1년째 감소세다.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도·소매업과 임대서비스업 등에서도 취업자는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 박정수 서강대학교 교수의 지적이 눈에 띈다. 그는 언급해온 첫 번째 통계의 처리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 물가 수준을 고려해 명목 GDP 성장률과 명목 임금 증가율을 실질 지표로 바꾸는 과정에서 각기 다른 물가 변수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통상 GDP-디플레이터와 CPI 물가지수의 두 물가지수 간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2005년 이후에는 CPI 물가지수가 GDP-디플레이터보다 더 빠르게 상승했다. 박 교수는 두 지표 중 하나만 적용해 실질 지표로 환산해보면, 취업자 1인당 GDP 증가율과 임금 증가율이 별다른 괴리를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한국 경제가 성장한 만큼 임금은 같은 수준으로 올랐다.

두 번째 통계와 관련해서도, 박 교수는 가계소득 중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늘었고 자영업자 소득 비중이 줄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기업소득 비중 확대는 10인 이하 소규모 법인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주목할 만하다. 자영업자들이 차츰 법인사업자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을 대입해보면 이해가 된다. 또한 기업소득의 일부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등으로 분산되기 때문에, 단순히 기업소득이 늘었다고 가계가 핍박받는 것은 아니다.

생산성 향상 없이 인위적인 임금·소득 인상은 시장 왜곡만 키운다. 당장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경제 성장과 임금 인상이 균형을 맞춰왔는데, 잘못된 해석에 기초해 임금을 과도하게 올린 여파를 인식해야 한다. 그렇게 증가한 노동 비용이 소비 진작으로 이어지지도 못한 채, 수출 경쟁력만 악화시키고 있다. 진실을 외면한 대가는 이렇게 자못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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