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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 [박성수 칼럼] 궤도에서 너무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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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수 작성일19-05-25 18:57 조회3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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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최초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실업 발생을 인정했다.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더이상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19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인상한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했었다. 최초로 시급 8000원대에 진입시킨다는 상징성을 위한 과격한 무모함 자체였다. 당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제기된 문제를 어느 정도 수용해 속도를 조절하려 한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인지부조화 그 자체였다. 정기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를 을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시키는 등 산입범위를 조정한 상태여서 새로 포함되는 항목을 급여로 지급하던 업체 부담은 두 자리 인상률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는 하지만 저성장기조에 비교하자면 성급하다는 생각을 잊기 어렵다.

그동안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 등 사용자 측에서는 10.9% 인상 폭이 과도하다며 반발해왔다.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해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고용의 질이 개선되었음을 운운하며 이들의 설움을 철없는 성토로 치부해왔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 호소와 반발은 사실과 다른 것인가? 그렇지 않다. 최저임금위원회나 정부에서는 산입범위 조정을 고려할 때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전반적으로 현실화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최저임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고용주는 그렇지 못하다고 느끼고 있다. 무엇보다도 산업과 업종의 성격 그리고 임금구조에 따라 상황이 다름을 고려하지 못하고 천편일률적으로 최저임금을 산정한 것이 문제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조정한 상태라 실제 최저임금보다 높은 급여를 주고 있던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은 큰 어려움이 없어왔다. 하지만 산입범위 조정이 있어도 부담을 줄이기 힘든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지속되어 온 것이다.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가장 많이 지는, 때로는 고용된 직원보다도 처지가 어려운 고용주이다.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 등을 통해 고용주에게 최저임금 인상분을 지원해왔으나 그 효과를 체감하는 이가 얼마나 되던가. 그러니 최저임금 인상이 계속된다면 살 수가 없다는 울음이 활기가 가득해야할 저잣거리에 가득한 것이다. 임금 보전을 위해 고용주에게 재정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투입 자금에 비해 효과가 제한적이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으니 애초에 정부의 약속은 허상에 불과한 것이기도 했다. 그나마 올해는 일자리 안정자금의 수급 대상자가 되는 조건으로 근로자들을 고용보험에 가입시켜 고용보험 가입을 확대한다는 명분이라도 있지만, 이를 지속하는 것은 과도한 정책의 부작용을 세금으로 메우는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이제와서 몇 가지의 사건을 복기해보자면 희극이 따로 없다.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카드회사 또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지우게 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이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민간 경제 주체에게 다시금 부담을 떠넘기는 것과 다름없고, 대자본의 착취라는 프레임을 재생산하는 사악함의 발로였다. 물론 카드회사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수수료가 자연스럽게 낮아지도록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바람직하지만, 이는 최저임금 대책이 아니었으니 번지 수를 지나치게 잘못 짚었다.

최저임금은 임금을 올리기 위한 수단이 아닌 생존을 보장하는 체계다. 최저임금은 내수확장이나 성장의 도구가 아니다. 이를 인상해 경제 성장을 이룬다는 접근은 애당초 올바른 것이 아니었다. 지불 능력이나 생산성에 격차가 있음에도 업종과 지역에 관계없이 이를 인상시킨 결과가 저성장과 양극화로 나타나고 있다. 오랜 기간 최저임금 전통을 가진 미국도 연방 전체의 최저임금을 정해 최소한 생존임금을 보장하되 주 단위로 상황에 맞게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고, 일본도 비슷하게 유연한 최저임금을 설정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직접적인 부담을 지는 자영업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계층이다. 정치적으로 인상된 최저임금이 정상궤도를 벗어나도 너무 오래 벗어났다. 이제라도 그것이 회귀한다 해도 언제쯤 고용충격이 자연수준으로 회복될지 모르겠다. 궤도에서 너무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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